아픈 이야기 팔고 싶은 PD와 기자, 정도를 지켜라

[인터뷰] 경력 14년차 시민기자 김혜원 "사회적 약자 일회용으로 소비 말아야"

등록 2017.02.11 13:55수정 2017.02.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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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이란 이름은 특히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2003년부터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 때로는 따뜻하게 또 때로는 예리하게 자신과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점점 그 시선은 장애인, 외로운 노인, 결혼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장됐습니다. 그의 기사는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6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를 지목하기도 했죠.

8일, 상암동 사옥에서 <오마이뉴스> 수습기자들이 김혜원 시민기자를 만났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란 철학에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수습기자들 눈에 김혜원 기자는 어떻게 비쳤을까요. 또 그들에게 오랫동안 활동한 이 시민기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요. 그 '소감'을 수습기자들이 기사로 풀어냈습니다. 김성욱·배지현·신민정·신지수, 이상 수습기자 4명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말]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TIME

"난 기자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마음 못 열어요."

시민기자 김혜원씨(56,여)는 확신에 차 말했다. "딸은 아니지만 딸이나 며느리, 손녀딸처럼 해야지 그분들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이다.

김혜원씨는 이름이 알려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그는 2004·2005년 연속으로 <오마이뉴스>가 뽑은 올해의 뉴스 게릴라에 올랐다. 2006년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만 해도 500개가 넘는다. 저자로 출간한 책도 4권이다. 베테랑 기자라 할 수 있는 김씨는 취재원에게 기자보단 딸, 며느리, 손녀딸이 되는 걸 택했다. '기자'라 적힌 명함도 선뜻 내밀지 않는 김혜원씨를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KBS에 인터뷰 안 해 준 할머니가 나한테는 마음을 여신다."

김혜원씨는 그 이유를 기성 언론이 취재원을 대하는 태도에서 찾는다. 김씨는 "전통상인 분들이나 할머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많다. 처음 찍을 땐 좋은 의도로 한다고 찍어놓고 보도 내용을 보면 다르니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너도나도 기자라고 찾아오니 그 사람들 입장에선 자기가 일회용으로 소비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언론이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일회용으로 취급하는 것을 불편해했다. "(언론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라기보다 '그림이 되는 것'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그 가족이 좀 더 예뻐야 하고, 짠해야 한다는 등, 언론 인터뷰했던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보도내용이 이들의 자존감을 올려주고 칭찬하거나 격려하기보다는 동정의 대상으로 삼는 예가 많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기자' 명함 내려놓고... 딸이자 며느리, 손녀딸, 엄마로 만나다


기성언론이 총구마냥 카메라를 들이밀다 홀연히 떠난다면 김씨는 정반대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면 두 세 번이고 찾아간다. 김씨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하면 같이 있어 드린다. 노인분들의 경우 옆에 2~3시간 있으면 결국 마음을 여신다. 외로우니까"라며 "나는 '당신과 공감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드려야 한다. '저는 기자이고요 할머니는 할머니고요'식으로 접근하면 끝까지 마음을 안 연다"고 답했다.

이어 김씨는 "아픈 이야기를 파는 거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잘 돌려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들의 상처가 힘들지만,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한다"고 부연했다.


김혜원씨의 진정성은 기사에 배어, 독자를 움직인다. 유방암에 걸린 필리핀 아내 아멜리아씨를 치료할 길이 없어 필리핀으로 돌려보낸 뒤 두 아이를 데리고 어렵게 사는 농사꾼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 "나무꾼과 선녀처럼 살고 싶었어요")는 보도 이후 1700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그 돈으로 아멜리아씨는 치료를 받고 가족도 재결합했다. 김혜원씨는 "아멜리아를 계기로 내 기사가 시민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기사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씨의 시선이 장애아,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다문화 여성 등으로 꾸준히 향해 있던 건 아멜리아 보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쓴다... 약자의 확성기가 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취재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 상황에 깊이 빠져들수록 그렇다. 김씨도 그랬다. 독거노인을 취재하고 돌아올 때면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동안 글을 안 쓰고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래도 써야죠"라며 김씨는 운을 뗐다. "약자들 중엔 이야기 하고 싶어도 통로가 없고, 언론에 한 번 보도되고 외면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만 봐도 그렇다. 우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하기보다 노래자랑만 시킨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확성기처럼 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가령 결혼이주여성 취재를 할 땐 한 번 보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방송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걸 통해 사람들이 행동하고 제도를 개선하게 해야 한다."
#김혜원 #KBS #독거노인 #장애인 #일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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