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하든 말든 성인 여성의 자유입니다.여러분이 욕을 하면서 비난하고 규제할 대상이 아니랍니다.
정효정
실제로 여행게시판에 종종 이런 글이 올라온다.
"여자친구가 혼자 여행을 간다는데 보내야 하나요?"
"여자친구가 워킹홀리데이를 간다는데 어떻게 말려야할지 고민입니다." 대체 성인여성이 해외를 가겠다는데 어째서 남자친구의 허락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질문 자체에는 여성의 해외여행이나 워킹홀리데이 경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들어있다.
또한 그 밑에 줄줄이 달리는 댓글에도 여성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여성은 대부분 동거나 성매매를 한다', '여자 혼자 해외여행을 가면 외국남자와 바람이 난다'는 식이다. 그리고는 또 다시 '외국남성 성기'나 '소시지' 이야기가 나오고야 만다. 대체 '소시지'를 빼고는 대화가 안되는 병에 걸린 듯하다.
여성이 세상을 탐험하고자 하는 욕망은 이렇게 온갖 조롱과 비난에 시달리게 되고, 이 댓글들은 고스란히 여성 여행자의 낙인이 된다. 때문에 여행하는 여성을 향한 악플은 단순한 악플이 아니다. 이것은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대한 경고인 것이고, 그 목적은 여성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빨간 구두'의 역습, 행동에 나선 여행자들
하지만 이런 엄혹한 환경속에서도 길을 떠나는 여성들은 늘어난다. 그리고 최근엔 이런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케이스도 생겨났다. 여성 여행가 조은수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녀는 10개월 동안 혼자 아프리카를 여행한 후, <스물 셋,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을 냈다.
작년 블로그에 연재하던 그녀의 아프리카 여행기가 유명해졌을 무렵, 그녀의 여행기는 캡쳐되어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흑인남성의 성기'를 주제로 한 온갖 성적인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악플을 접한 그녀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차분히 그 악플들을 하나 하나 모아 고소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