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베니스 수로.중세시대에 와인을 수송하던 수로에 이제는 여행자들을 태운 보트가 다닌다.
노시경
콜마르를 관통하는 이 로슈 강의 운하는 콜마르가 무역도시로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콜마르의 전성기였던 16세기 상인들은 알자스의 포도밭에서 가져온 포도와 함께 치즈, 동물가죽들을 이 운하를 따라 수송하면서 크게 중개무역을 일으켰다. 지금은 이 운하에서 포도 상인 대신 여행자들이 나룻배를 타고 여행을 즐기지만, 포도가 넘실거렸을 중세시대의 운하 풍경은 더욱 풍성하고 왁자지껄했을 것이다.
운하 위에는 운하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들이 곳곳에 놓여 있고, 다리 건너에는 운하를 따라 16세기의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다행히 2차 세계대전의 참화는 이 아름다운 운하와 16세기의 가옥들을 피해 갔다. 프랑스의 도시들 중에서도 드물게도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된 이 마을이 고스란히 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콜마르는 알자스 지역의 옛모습을 가장 잘 보존한 도시로 꼽히고 있다.
여행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법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 콜마르는 햇빛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어갔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하늘이 맑아지자 햇빛을 받은 콜마르가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동안 흐리던 날씨가 맑아지니 마치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운하 옆의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예술적 감성이 살아난다. 눈이 부신 풍광을 보며 무엇에 홀린듯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이지만 쁘띠 베니스 운하를 배경으로 해서는 내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오늘 이곳은 혼자 왔으니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다행히 다리 위에는 여행자들이 붐비고 이 다리 위를 배경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한 프랑스 아저씨에게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유쾌하게 말을 건다. 그는 아주 말이 많은 친근한 사람이었다.
"당신의 휴가는 어떤가요? 다리 바로 앞에 이 식당 보이지요?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콜마르에서의 시간을 만끽해 보세요. 좋은 시간 될 겁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다리 양 옆에는 식사나 간단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운치 있는 식당이 마주보고 있다. 다리에서 운하를 남쪽으로 보았을 때 다리 왼편에 있는 식당이 뱃사공이라는 뜻의 '르 바털리에(Les Bateliers)'다. 콜마르에 오는 여행자라면 누구의 사진에라도 한번쯤 남겨진다는 식당이다. 운하의 물 위에 야외 테라스 좌석을 만들어 놓고 햇빛 가리개까지 쳐 놓은 아름다운 식당이다.
아직 점심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는 식당 안 야외 좌석에 앉아서 이 단아한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나는 간단하게 쿠키와 함께 알자스의 유명한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다리 위에서 이 식당을 중심으로 운하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에게는 내 모습이 한가운데에 찍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