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권우성
[미르재단 설립 과정] '10월 급조 아니다... 2월부터 준비'"피청구인의 지시를 받은 경제수석실은 2015.2.17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 방안'이라는 기안문을 작성하였고, 이러한 내용은 수사기록에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박 대통령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모두 문화융성과 스포츠 진흥이라는 국정기조에 따라 오래전부터 설립 준비를 해왔던 재단이라고 주장했다. 핵심 근거는 2015년 2월 경제수석실이 작성한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방안'이라는 기안문이다.
문제는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한 고위 공직자들이 하나같이 이 기안문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다. 헌재 심리 기록에 따르면 심지어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수석 역시 기안문의 존재를 몰랐다.
안 수석은 지난달 16일 헌재 증언에서 '좋은 취지로 재단을 만들었다면 기초 설계가 되는 기안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일원 재판관의 물음에 "박 대통령의 연설이나 정상회담 발언이 (미르재단 설립의) 기본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기안문이 존재한다 해도, 책임자들이 모른다면 실제 업무 추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미르재단 설립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도 헌재에서 "미르재단의 존재를 뒤늦게 알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문체부는 10월 말 소속 공무원들을 청와대로 파견해 미르재단 설립 실무를 도왔던 부처다. 김 전 장관의 증언을 들은 강 재판관은 "재단 설립이 급박하게 이뤄진 것을 장관이 몰랐다니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기업 출연 의혹] '문화 체육 공익사업, 관심 가져달라고 했을 뿐'"주변의 조언에 따라 2015. 7. 24과 25 양일간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문화·체육 분야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들이 문화 체육 관련 공익사업이나 투자에 적극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미르재단에 많게는 수백억씩 출연하게 압박한 사실에 대해서도 "문화 체육 관련 투자에 적극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한 것일뿐"이라며 부인했다. 미르나 케이스포츠를 꼭 집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에 돈을 출연한 수십개 대기업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면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 대기업들은 모두 종전에 수행해오던 장학사업이나 문화 관련 사회공헌 활동들이 있음에도 거기에 투입할 돈을 빼서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에 넣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건설 대기업들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는 16억 원을 내는데 그쳤다. 애초 약속한 약정액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건설업과는 별 관련도 없는 미르와 케이스포츠에는 32억원이 넘는 돈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