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공원 곳곳에 있는 시비와 조각품은 마음마저 평안하게 만든다.
김종신
다시 걸음을 돌려 나오자 '시의 언덕'이라는 선간판이 반기는 곳에는 아름다운 시어가 물고기처럼 펄렁인다. 먼저 눈에 들어온 온 시는 '입산시(入山詩)'라는 최치원 선생의 시였다.
'스님이 산이 좋다 말하지 말라/ 산이 좋을 진 재 어찌 산을 나서는가/ 훗날 내 자취를 두고 보시오/ 한번 청산에 들면 다시 나오지 않으리니/'
시를 따라 읽는 나 역시 이곳에서 나가기 싫었다.
섬호정을 향해 걷다가 대숲으로 잠시 방향을 돌렸다. 대나뭇잎이 사각사각 정겹게 인사를 건네다. 덩달아 마음마저 시원하게 맑아진다. 공원은 어디를 걸어도 햇살이 곱게 들어오고 바람이 든다. 섬호정에 이르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붉게 봄을 물들인 홍매화들이 저 앞에서 손 흔든다. 나는 오늘 봄을 보았다. 땅에도 나무에도 봄 내음이 한 움큼씩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