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관장은 이승만 정권시절 이기봉 처가 최순실 역학을 했다고 말했다.
정대희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74)은 지금까지 30명의 인물평전을 썼다. 우리 근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최다작 평전 기록 보유자이다. 그의 아파트 모든 방의 책장을 다 채우고, 방바닥과 거실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장서 3만여 권은 근현대사 인물탐구의 결과물이다.
- 책 무게 때문에 아파트 무너지는 것 아니에요? "사실 13층 아파트가 책의 무게를 견딜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웃음). 그래도 계속 책을 모으고, 팔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쓸 겁니다."
지난 2일 경기도 자택에서 만난 그는 아주 낡은 책 한 권을 보여줬다. 얼마 전 지방의 한 고서점에서 15만원을 주고 구입한 책이란다. 제목은 '헌법기초회고록'(저자 유진오). 일조각에서 1980년에 출간된 책으로 정가는 2500원으로 찍혀 있다. 저자가 헌법을 만들 때 이승만 정권이 대통령 중심제로 방향을 바꾼 이유를 알고 싶어서 구입했다고 한다.
20년 전 일본으로 날아가 구입한 통일혁명당 기관지 '청맥' 창간호(1964년 8월)의 표지는 군데군데 얼룩이 있고, 책 모서리 부분은 헤졌다.
"여기에 글을 쓴 김질락 등은 박정희 정권 때 통혁당 사건에 휘말려 다 사형을 당했죠."평전에 쓸 수 있는 몇 줄 내용을 건질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책을 사지 않았다면 시쳇말로 강남에 집 몇 채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김 전 관장이 책을 가져오는 사이에 부인 장인숙씨(65)에게 물었다.
"먹고 살기도 힘들 때에는 버겁기도 했지만, 이젠 포기했어요. 그냥 둬야지유."(웃음)곧 방문자 1000만 명 돌파... 박정희의 '선물' 물론 그의 책은 전시용이 아니다. 그는 매일 오마이뉴스 블로그(오블)에
'김삼웅의 인물열전' 을 연재한다. 하루 4시간 이상은 집필을 하기에 펜을 잡는 집게손가락에 굳은살이 붙어있다. 2008년 5월 안중근 평전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오블에 올린 평전만도 25명에 달한다. 포스팅한 글의 수는 무려 2930개. 주말도 거르지 않고 9년째 거의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사람의 길을 탐구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고리타분한 평전을 누가 볼까? 굳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현재(6일)까지 방문자는 980만 명에 육박한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개발독재자 박정희'를 쓰면서 방문자 1천만 명 기록을 돌파한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고문 피해자였지만, 평전 박정희는 책이 팔리지 않는 모바일 시대에 보기 드문 기록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8일 쏘아 올린 평전 첫 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박근혜(정권)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올해는 박정희 탄생 100년이 되는 해, 그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자료 창고를 연 까닭은 이 한 줄 문장에 다 녹아있다. 그가 앞으로 그릴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까지도. 이 글의 마무리 부분에 있는 내용으로 부연하자면 이렇다.
"박정희가 암살당한 지 40여 년이 되었음에도 한국은 여전히 그의 추종자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정치학자와 언론에서는 '87년 체제' 운운하지만, 제도는 바뀌었어도 인적 물적 구조는 '유신체제'의 지속이고, 더 소급하면 '5·16체제'의 연장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과 김기춘 구속은 그 첫 단계에 불과하다."그동안 제도는 바뀌었지만 "우리 사회의 인적 물적 구조를 지배하는 유신 체제를 쫓아내야만 촛불 혁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전을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