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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희훈
마지막으로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예측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뒤떨어진 시대감각 때문이었다. 그는 불출마 직전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촛불민심이 변질됐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한 번도 직접 가보지 않았지만 TV 화면으로 볼 때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 시국에서 촛불이 국민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비록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채우고는 있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고, 심지어 상반된 의견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아니,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검과 헌재의 탄핵 심판이 그 결과이다. 우리는 이를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이를 무시했다. 얼마 되지 않는 세력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보지도 않은 말을 뱉었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며, 대통령이란 자리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의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앞서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의가 바로 서야 먹고사는 것도 나아질 수 있음을 지난 10년간 비싼 수업료를 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정의? 대한민국에 아직 그런 달달한 게 남아 있긴 하나?"며 아직까지도 현 시국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만,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시대정신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반 전 총장이 촛불 변질을 운운한 이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자신이 대통령의 깜냥이 아님을 온 천하에 공개한 것이며, 시대정신을 담을 수 없다는 자기고백이기 때문이다.
이번 반기문 전 유엔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에게 몰렸던 지지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본질 대신 간판에 집착하는지 보여주었으며, 반면 그의 몰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야 하냐고?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보며 결심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장삼이사들과 교감할 수 있으며,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자. 바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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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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