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기연 노동자들 "일방적 폐업·해고 부당"

"노사합의서와 단체협약 무시"...본사 앞 노숙농성 돌입

등록 2017.02.04 03:39수정 2017.02.0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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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계양구 작전동에 본사를 둔 동광기연(주) 소속 노동자 전원(62명)이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회사로부터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아 반발하고 있다.

문자메시지에는 "더 이상 당사의 사업 계속이 불가해 2017년 1월 24일 이후 법인 해산 및 청산 등 폐업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며 "근로기준법 26조(해고의 예고), 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에 따라 해고를 통보하게 돼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적혀 있었다.

한국지엠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동광기연(주)은 1966년 동양이화공업(주)으로 창업했다. 현재 동광그룹으로 성장했다. 경영분석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동광기연은 2012년까지 매해 이익을 내 이익잉여금이 632억 원에 달한다.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이 매우 안정적인 회사다.

회사 경영진은 2014년 인천 남동공단에 있던 공장을 전북 익산으로 이전해 운영하다 1년 만에 인천 남동공단으로 다시 이전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에 공장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그해 4월 경기도 안산으로 공장을 또 이전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동광기연 지회 조합원들은 2016년 10월까지 인천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회사에 협조하며 공장 이전에 따른 고용불안과 장거리 출퇴근 등의 고통을 참았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달 23일 담화문으로 공장 매각 소식을 알리고, 이어서 문자메시지로 전원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동광기연 지회의 설명을 정리하면, 회사는 지난달 23일 오전부터 생산시설과 지회 사무실 전기를 차단하고 관리자들을 동원해 공장 정문을 봉쇄했다. 폐업 소식을 모른 채 출근하던 조합원들은 출입을 저지당했고, 이어서 문자메시지로 폐업 소식과 해고를 통보받았다.


동광기연 지회 관계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 들떠 있던 조합원들은 해고 문자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노사상생을 외치던 회사는 30대 초반 젊은 조합원, 자녀교육으로 한창 지출이 많은 40~50대 조합원, 30년 가까이 일하며 청춘을 바친 조합원 등, 회사가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헌신한 조합원 62명을 아무런 대책 없이 하루아침에 헌신짝 버리듯 정리해고 했다"고 말했다.

동광기연 지회가 확인한 결과, 회사는 이미 지난달 19일 공장을 매각하고 22일에 공장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지회는 일방적 매각과 폐업은 단체협약과 노사합의서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가 2015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매각ㆍ분할 등을 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계약 내용을 조합에 공개하고 계약 체결과정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 회사는 7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 (회사는) 고용 및 근속연수 승계, 단체협약 및 노동조합 승계에 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있다.

2015년에 노사가 합의해 공증까지 받은 확약서에는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없이 공장 폐업, 법인 해산ㆍ청산, 정리해고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지난달 25일, 동광기연 지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광기연은 기습적인 회사 매각과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정미 의원은 "동광그룹은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며 3세 경영권 승계를 구축했다. 이번에 매각한 남동공장 매출 감소 원인에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계열사 간 불투명한 자금거래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게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탁선호 변호사는 "유내형 동광그룹 회장이 자녀들이 소유한 작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동광기연 자산 중 200억 원가량을 계열사 주식을 사는 데 허비해 기업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은행에 이자를 내고 빌린 돈을 계열사에 무상으로 대여하는 등, 회사 경영을 고의로 악화시킨 혐의가 있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동광기연지회는 지난달 26일, 동광그룹 회장 유내형과 사장 유승훈, 동광기연 대표이사 김경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노조의 주장을 요약하면, 동광기연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매해 영업이익이 15억 원, 당기순이익은 69억 원에 이르렀고 동광그룹의 국내 계열사 총자산은 3000억 원, 당기순이익은 340억 원에 이르는 건실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2015년 인천 남동공장 토지와 건물 매각대금 330억 원을 회사 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관계 회사의 지분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사용했다. 또한,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까지 관계 회사에 대가 없는 지급보증을 서주는 등, 회사 경영을 부실하게 만들었다.

노조는 단체협약과 노사합의서에 의거할 때 회사의 일방적인 공장 매각과 정리해고는 무효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동광기연지회는 지난달 23일 회사에 '합의서 이행과 조합원 고용보장, 관계 회사로 고용승계'를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해 29일 6차 교섭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는 "합의서 위반은 맞지만, 고용보장과 고용승계 계획은 없다"며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동광기연지회는 지난달 31일 안산공장 농성장을 나와 계양구 작전동 동광그룹 본사 앞에서 '노사합의서에 근거해 공장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관계 회사(SHBP, SHCP, SHG 익산)로 고용승계를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김완섭 동광기연지회장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서에 반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한다. 회사에서 진전된 안이 나올 때까지 전 조합원과 노숙투쟁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는 지난 2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동광기연(주)ㆍ동광그룹 회장 일가(유내형, 유승훈) 업무상 배임 혐의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동광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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