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어머니가 떠나셨습니다

죽음은 공유할 수 없어도 슬픔은 나눌 수 있다

등록 2017.02.02 13:49수정 2017.02.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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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군 추모공원에 붙어 있는 추모의 글들이다.
예산군 추모공원에 붙어 있는 추모의 글들이다. 이재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누군가에게 죽음은 영원한 안식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죽음은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이다. 그 때문에 인간은 종교에 의지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도 한다.

타인의 죽음, 그중에서도 가족의 사망은 영원한 이별인 동시에 아픔이고 슬픔이다. 한 지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경황이 없어서 생각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며 "몇 달이 지나고 불쑥 엉엉 울고 시시때때로 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인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인은 "가고 싶지 않고, 두렵더라도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라며 '메멘토 모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설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계시던 요양병원 측에서는 설 연휴 기간 면회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 문자를 보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번 설이 어머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설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설날 당일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그다음 날 혼자 외롭게 떠나셨다.

공교롭게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29일은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2년째 되는 시점인 데다, 필자 누이의 음력 생일날이기도 했다. 아버지(82세)께서는 설 연휴를 망치게 할 수 없고, 이제는 경조사를 찾아다니기도 힘들다며 부고도 내지 않으셨다. 필자도 가까운 친구와 지인 몇몇에게만 연락을 취했다.


부모님은 형제가 각각 6남매씩이다. 부모님은 형제뿐 아니라 사촌들도 꽤 많다. 대가족인 것이다. 직접 다 세 보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장에는 친척들만 200여 명이 모였다. 장례식장은 북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어머니의 '죽음'은 이미 2년 전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려졌을 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의사는 "어머니의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심장 박동이 느리고 불규칙하다 보니 혈전이 쌓이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뇌혈관을 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또 "어머니께서는 지금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셨다. 어쨌든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장례식장에서도 어머니의 죽음을 유난히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동생들, 그리고 그 자녀들 중에서 어머니가 특히 예뻐하고 아끼던 분들이 슬프게 우는 모습이 내겐 더 '짠'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그들이 울 때 나도 함께 따라 울었다. 우리 가족들은 그렇게 슬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치유했다. 인간은 죽음을 공유할 수 없다. 죽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인간은 슬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생전 어머니가 아끼고 사랑했던 분들이다. 지난 31일, 그분들과 슬픔을 나누며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비록 장례식장에 오지는 못했지만, 많은 지인분들이 SNS로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명복을 빌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추모공원 #어머니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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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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