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대안학교 강당에서 열린 싱크탱크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 토론회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희훈
놀랍게도 문재인은 나무와도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말했다.
- 참 이상하게도 나무는 사람을 느끼는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말도 알아듣고요. 정말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나무가 좋습니다. 아, 정치인에게서 나무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얘기를 듣게 될 줄이야! 진정 비논리적이지만 공감하는 내용이어서 마음이 갔다. 그는 열매도 맺지 못해 베어질 운명에 처해진 감나무를 대화로써 살린 적이 있다고 했다.
감나무가 실제로 그의 말을 들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토록 소통에 간절한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우리는 그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공감능력 부족으로 얼마나 자괴감에 시달렸던가? 그녀의 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해야 했다.
그리하여 문재인의 공감능력은 웅숭깊은 리더십의 기초가 되는 듯하다. 그는 세월호 학생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학생들은 그 어머니, 아버지만의 자식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식'이라고.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행태에 대해 소위 '빡침'이 느껴지는 깊은 분노를 표현했다. '정부의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야비하고 가혹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보듬기는커녕 그분들을 오히려 적대시했다. 청와대 근처 노천에서 여러 달 장기농성을 했는데, 청와대에서 단 한 사람도 나와 보지 않았다. 경악할 일이다'라고.
또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의 단식에 정부 당국에서 한 사람도 나서 위로하거나 만류한 일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이렇게 전했다. '세상에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그건 정부가 아니'라고. 동감하는 바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천일 넘는 시간 동안 한마음으로 더불어 모두 유가족이었다. 그러니 정부의 그러한 행태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자상을 남긴 것과 다름없다. 그래, 적어도 정부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키워드3] 유권자의 자세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런데 지지하지 않는 이들 중 일부의 양상이 좀 특이해 적는다. 즉 매우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문재인은 그냥 싫어', '무조건 아니야' 식의 반응들. 왜 싫은지 그 이유를 듣고 싶어 재차 물으면 이유를 대지 않거나 대지 못한다.
대중의 정치에 대한 반응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다고 하지만 좀 유별나다. 추측컨대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일부 종편방송의 '문재인 때리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미지가 호불호를 좌우하는 마당에 반복적으로 문재인을 비난하는 방송을 본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식의 반응은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다. 세상에 '그냥 싫어'라는 말 뒤에 무슨 말을 더 덧붙일 수가 있나. 그것은 대화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는 뜻일 뿐이다. 아울러 '그냥 싫어'라는 말은 그 당사자에게 진실로 깊은 상처를 남기는 말이다. 이유도 없이 나를 싫어하는 타인이라니.
사람에게 그보다 더한 벽과 고통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지도자의 필수 덕목으로 소통능력, 공감능력을 간절히 꼽는다. 그럴진대 우리 스스로 소통을 거부한다면 무엇이 가능할 것인가? 어떤 후보이든 그가 싫다면 왜 싫은지를 논리적으로 고민하고, 그 생각이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돌이켜야 할 일이다.
세상에 그냥 싫은 사람은 없다. 대권 후보자들에 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일지도 모르겠다.
[키워드4] 빈자가 켠 등 하나, 촛불문재인은 이번 촛불을 보고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왕과 모든 사람들이 등불을 밝혔는데,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등불을 걸은 늙은 여인 난타의 등불만 밤이 지나고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았다고. 제자 아난다가 아무리 끄려 해도 꺼지지 않자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 아난다야. 등불을 끄지 마라. 사해의 바닷물을 길어다 붓고 태풍이 몰아친다 해도 저 등불은 끌 수 없다. 저 등불을 바친 이는 자신의 재산과 마음을 진실하게 바쳤기 때문이다. 착한 마음으로 켠 등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지난 석 달 촛불집회를 열심히 다녔다.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받은 감동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일생의 위로가 될 듯하다. 또 촛불집회에서 세월호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도 결코 잊지 못하리라.
국민들은 진정 '착한 마음'으로 지상에 내려온 별처럼 등 하나씩을 켰다. 부처의 말대로, 그 불은 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처럼 국민들의 '착한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봐주는 그런 정치인을 원한다. 마음이 소통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 무엇이 어려울 것인가?
- 저를 믿고 사랑한다는 식의 표현을 해주실 때 정말 행복하고, 동시에 마음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행복은 동시에 어떤 슬픔과도 맞닿아 있는가 봅니다. 문재인씨가 이렇게 말하자, 문형렬씨가 되물었다. 어떤 슬픔이냐고.
- 시민들이 저를 알아보고 제 손을 꼭 잡아쥘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꼭 알아달라는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어쩌면 너무나 절실히 희망이 필요한 시기라 나는 스스로를 속여 가며 좋은 것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의 간절한 기대와 염원이 오히려 현실을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를 더 믿고 싶다. 우리에게 지금은 희망이 너무나 절실한 시기다.
세월호 인양 될 때 흘릴 눈물이 벌써부터 아픈. 스쳐가는 바람이라도 잡아 우리가 잘못 살아오지 않았다는 다짐을 듣고 싶은 겨울이다. 헬조선을 건너가고 있는 오늘이어서 희망이 너무 간절하여, 그리하여 그 대상이 누군가에겐 '문재인'이고, 다른 누구에겐 다른 이라 해도 어쩔 수 없겠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문재인 지음, 문형렬 엮음,
21세기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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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사, 전 안성신문 기자, 전 이규민 국회의원 보좌관, 현)안성시의회 의원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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