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 '황제 성묫길', 알고 보니 불법도로

음성군, 2011년 3700만원 들여 부친 묘소 진입로 포장... 산림법 위반

등록 2017.02.01 15:51수정 2017.02.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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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월 14일 반기문 전 총장은 음성군 원남면 소재 부친의 묘소를 찾 성묘했다.

지난 1월 14일 반기문 전 총장은 음성군 원남면 소재 부친의 묘소를 찾 성묘했다. ⓒ 충청리뷰


반기문 기념사업으로 이미 수백억 원을 지출한 음성군이 농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사업비까지 동원해 '황제 성묫길'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인뉴스>가 확인한 결과 음성군이 군비 수천만 원을 들여 반 전 총장이 1년에 두세 번 정도 찾는 부친 성묫길 350m를 콘크리트로 포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음성군은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포장해 산림법을 위반했다.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농가마을 농로나 농지 배수로를 설치하는 주민숙원사업비에서 지출했다. 농민에게 사용돼야 할 주민숙원사업비로 불법 포장도로를 개설한 만큼 음성군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월 14일 반 전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첫 번째 일정으로 부친(반명환)의 묘소를 찾아 성묘했다. 반 전 총장이 자가용을 이용해 성묫길에 오르는 동안 음성군민 1000여명은 반기문 평화랜드에 모여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8일 설 명절을 맞아 다시 고향 음성을 찾아 부친의 묘소에 성묘했다. 이렇게 반 전 총장은 1년에 두 세 번 정도 부친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전 총장의 부친 묘역은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보덕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묘역은 반기문 전 총장의 생가터와 반기문평화랜드에서 약 700m 정도 떨어져 있다. 묘지가 있는 산은 광주반씨 중종이 소유하고 있다.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묘소로 가는 길은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이다. 하지만 350m 정도 올라가면 자동차 한 대가 넉넉히 지나갈 정도로 포장된 콘크리트 길이 나온다. 이렇게 포장된 도로는 언덕을 지나 반 전 총장의 부친 묘소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해당 도로는 2011년 음성군이 3700만 원을 들여 콘크리트로 포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성군 관계자는 "2011년 주민숙원사업비 중 유지보수비를 사용해 350m 구간을 포장했다. 사업비로 3700만 원이 지출됐다"고 말했다.


주민숙원사업비로 성묫길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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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리뷰


주민숙원사업비는 보통 농촌 마을의 농로길을 포장하거나 농지 배수로 정비 사업 등에 사용된다. 마을별로 건의를 받아 1년에 마을별 1~2개 정도의 사업을 배정하는데 주로 농사효율을 높이는 사업에 지출된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부친 묘역까지 가는 길은 농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포장 도로가 시작되는 구간은 밭이 끝나는 구간이고 반 전총장 부친 묘소까지 가는 길에는 농지가 없다.

포장 도로는 반 전총장의 부친 묘소 바로 밑에서 끝을 맺는다. 이곳에는 차량 회전이 가능하도록 'U'자형으로 조성됐다. 누가 봐도 반 전 총장의 선친 묘소 진입용 포장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성묫길 진입용 포장 도로는 산림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법상 산지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 할 수 없다. 만약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행정관청으로부터 산지 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음성군은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산지전용을 하려면 지적 측량을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편의상 산지전용 절차를 생략했다"고 말했다.

농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주민숙원사업비로 반 전총장의 성묫길을 포장한 것에 대해서는 "넓게 보면 반기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음성군은 수백억 원을 들여 반 전 총장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만들고 생가터를 복원했다. 일부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며 우상화 논란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반 전총장의 성묘 편의를 위해 불법으로 도로를 포장한 음성군의 행정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반기문성묘 #음성군 #충북인뉴스 #김남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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