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크기와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었고, 실내 액자형 창틀에는 다양한 색을 입혔다. 큰 창 너머로 한라산을 선명하게 내다볼 수 있다.
장태욱
가게 주인은 서울과 시드니 특급호텔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셰프였다. 파스타와 스파게티에 소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식 세계화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애월에서 홀로 음식점을 운영하던 중 손님으로 방문한 교장선생님의 공동창업 제안을 받게 되었다. 당시 가게 주인이 지금 이루후제의 주방을 책임지는 정부원 총주방장이다.
창업을 결정하기까지 서로 만나서 의논하기를 50회 이상 반복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가장 따뜻하고 한라산이 선명하게 내다보이는 이곳, 쇠소깍 길목에 자리를 잡았다. 교장선생님은 그렇게 사장님이자 홀 서빙맨이 됐다.
가게 이름을 '이루후제'라고 정했다. '이 다음에', '이 후에'라는 의미를 갖는 제주어다. 손님들과 다시 반갑게 만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제주어로 담았다.
건축도 독특하다. 천정을 높이고 지붕 경사각을 크게 했다. 접이식 유리문을 넓게 만들어 실내외 거리감을 줄였고, 창문 크기와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북유럽 건축양식에서 기본 테마를 빌려왔다. 거기에 기단부에 제주 천연석을 둘러 제주 귤 창고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리고 실내 액자형 창틀에는 다양한 색을 입혔고, 갤러리에 사용되는 현대적 조명으로 온화함을 추구했다. 여기에 노란 테이블과 빨간 의자를 배치해 정감을 더했다.
메뉴 선정은 사장님이 주방장과 오래 의논해서 정했다. 맛있는 음식을 여러 가지 만들 수 있지만, 볶음밥, 하간거짬뽕, 탕수육, 크림짬면, 수제 돈까스 등 5가지만 팔기로 했다. 레시피는 모두 정주방장이 개발했는데, 요리에 원칙이 있다. 제주산을 우선으로 쓰고, 없으면 국내산을 쓴다. 수입 식재료는 호주산 쇠고기와 베트남산 새우 뿐이다. 그리고 천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볶음밥이 9000원이고, 하간거짬뽕과 탕수육은 1만원, 크림짬면과 수제돈까스는 1만2000원이다. 모든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다 높지만,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하간거짬뽕과 탕수육이다. 크림짬면을 좋아하는 손님들도 많은데, 주로 여성분들이다.
'하간거'는 '온갖 것'이란 의미의 제주어다. 홍합, 새우 등 해산물과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 진한 국물을 만들고, 이집 특유의 면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불로 구워낸 불고기를 고명처럼 듬뿍 얹었다. 짬뽕면을 먹기 전에 불고기향이 퍼지며 후각과 침샘을 자극한다. 진한 감칠맛이 입에 가득한데, 여느 짬뽕과 달리 국물이 짜지도 맵지도 않다. 조미료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