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한나라 와당 '공놀이'는 가장 인상깊게 만난 와당이다.
열림원
책표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 와당은 저자가 공놀이란 제목으로 소개하는 한나라 유물이다. 단순한 선으로 신명과 흥겨움을 표현하고 있어 감탄스럽다.
이런 기와를 올린 건물은 어떤 건물이었으며, 누구를 위한 건물이었을까? 한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하며 보고 또 다시 봤던 와당이기도 하다.
책에는 위 '공놀이' 외에 '나무와 조수', '나무와 인물', '개 두 마리', '개와 사슴', '범과 제비' 등처럼 어떤 줄거리를 품고 있을 것 같은 와당들과, '해바라기', '수레바퀴', '산 모양 구름'처럼 도안화해도 좋을 것 같은 와당, 길상문 와당처럼 당시 사람들의 소원과 이상, 교훈 등이 새겨진 와당 등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와당의 문양에는 그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꿈과 현실이 담겨 있다. 그들이 꿈꾸었던 삶,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약호들이 그 속에 살아 숨 쉰다. (…)옛 선인들은 중국에서 구해온 와당 또는 그 탁본 하나하나를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듯 어루만지며 그것으로 금석 서화 공부의 재료로 삼았다. 오늘날 이렇듯 한자리에서 그 귀한 옛 와당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관련 자료의 활발한 간행에 힘입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래 참으로 아름다운 와당 예술을 꽃피웠다. 다만 불교의 영향으로 연꽃 문양이 대부분이고, 그 밖에 귀면이나 인동문, 보상화문 등이 있다. 그 안의 변화는 놀랍고도 눈부시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11쪽특히 길상문 편 글씨가 새겨진 와당 중에는 ▲진시황이 가면례를 치른 전각의 기와…. ▲진서체이나 예서로 옮겨가는 기미가 보인다. ▲온갖 좋은 일 속에 오래 사시길 기원하며 네 글자 모두를 반대로 새겼다. ▲사공은 한나라 때 죄수를 관장하던 부서의 이름이다. 감옥 지붕에 얹혀 있던 와당인 셈이다. ▲총(冢)은 총(塚)의 약자다. 무덤 속에서 출토된 와당이다 등처럼 자료적 가치가 느껴지는 설명과, 여운을 품고 있는 와당들이 많아 읽는 맛이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