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고전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흑백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김철관
과거 학림다방은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문학, 연극, 미술 등 예술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현재 학림다방은 DJ박스가 존재하고 벽면에 라이센스 레코드판이 빼곡히 꽂혀 있다. DJ박스 위와 위의 옆면에 대형스피커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과거 향수를 달래주던 DJ는 없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이곳에는 DJ는 없지만 LP판으로 베토벤, 바흐 등 클래식을 들을 수 있다. DJ박스 형태만 존재할 뿐, 찻값을 계산하는 계산대다.
차를 올려놓은 허름한 나무 탁자와 남루한 소파에 앉아있으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선반 위에는 영사기, 카메라 등 고전적인 것이 다수이지만 현대를 느낄 수 있는 그릇이며 정수기도 있다. 지난 2013년 서울특별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한 학림다방은 대체 어떤 곳일까.
지난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학림(學林) 사건. 민주화운동단체인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이 첫 모임을 가진 곳이 바로 학림다방이었기에, 당시 경찰에 의해 붙여진 공안사건이 '학림사건'이다.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들을 반국가단체 조직범으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전민학련, 전민노련 등에서 활동한 관련자들을 영장 없이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잡아가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수사하고 전기고문이나 발바닥 고문 등으로 공산주의자라는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결국 2000년대 들어서 역사는 고문을 당한 이들을 무죄 선고와 일부 국가배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렇게 학림다방은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