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시마저녁은 쇠고기
김수종
내가 청주를 뜨겁게 마시고 싶어서 '술을 따끈하게 데워 주십시오(あつ(熱)かんにして下(くだ)さい, 아쯔깡니시떼구다사이)'라고 했더니, 작은 두 개의 술병에 술을 담아서 주전자에 넣고는 중탕으로 데워준다. 내가 다시 "그냥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되지 않냐" 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러면 술의 향이 날아가서 맛이 없다"라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술 한 잔까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김치와 단무지, 된장국에 밥까지 식사는 최고였다. 역시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운 정도. 어제 밤에 초밥을 배불리 먹고 지불한 금액과 거의 같은 돈을 내고 나왔다. 아무래도 현지에서는 현지식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 야키니쿠도 최고였지만, 사실은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일부는 숙소로 돌아갔고, 일부는 온천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는 섬의 동북에 있는 '니기사노유(渚の湯)'로 갔다. 8시 25분에 도착하여 겨우 입장을 했다. 입욕비 500엔에 수건 100엔, 수건 사용비가 조금 비쌌다. 정확하게 9시까지 30분 동안 목욕을 했다. 짧은 목욕이었지만, 물이 너무 맑고 좋은 곳이라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다시 차를 몰고 쓰시마 최북단 '와니우라(鰐浦)'에 가서 '한국전망대(韓國展望臺)'에 올랐다. 춥고 바람이 너무 심한 날이라 잠시 부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정말 추운 날씨다. 서울은 더 추울 것 같다. 가족들이 걱정이었지만 사실 난방이 안 되는 일본 다다미(畳)방이 더 추웠다.
전망대를 끝으로 오늘의 강행군을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술을 한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최 교수님과 고 선배랑 함께 청주와 복분자주를 한잔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바람소리가 대단하고, 추운 밤이다. 옷을 전부 입고는 이불을 두 개나 덮고 잤다. 최 교수님은 수면양말까지 신고는 주무신다. 나도 앞으로는 추운 날에는 꼭 수면양말을 준비하고 다녀야겠다.
22일(일) 아침이 밝았다. 일본 료칸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남다르다. 일흔 살은 되어 보이는 주인장과 직원이 준비한 식사는 생각보다 좋았다. 된장국과 밥, 우엉조림, 계란, 생선구이, 김치, 샐러드와 귤 하나, 녹차까지.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다. 너무 친절하고 인심이 좋은 이웃 어르신 댁에 방문하여 식사를 한 느낌이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춥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파이까지 되는 곳이다. 대만족이다.
잠시 쉬고는 9시에 료칸에서 나왔다. 생각보다 바람이 더 많이 불고, 차가운 날씨라서 천천히 길을 나선 것이다. 당초에는 북섬 서북에 있는 '사고천(佐護川)'유역의 평야와 습지로 가서 새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햇살이 다시 좋아져서 무작정 '센뵤마키산(千俵蒔山)'으로 올랐다. 차 4대로 이동하다 보니 중간에 길을 잃어 무전기로 몇 번을 연락하여 산을 오르는 초입에서 겨우 다시 만나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