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미래
다산북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아주 오래 전부터 회자되고 있고, 가끔 언론에서 조명하는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요즘도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정치인들도 선거 때만 되면 노인들과 관련된 복지공약을 쏟아내곤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 이슈가 아니다. 아직 사회가 본격적으로 고령사회로 들어서지 않은 만큼 그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으며, 또한 많은 이들이 노인문제를 사회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로 치환시키기 때문이다. 당장 2020년이면 노인 인구가 천만 명을 넘는다는데 우리의 노인문제는 사회적으로 거의 무방비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책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일본이 노인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는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결국 우리의 20년, 아니 10년도 안 되는 미래 모습이기도 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일본보다 더 급속도로 노령화되고 있지 않은가.
"젊었을 때는 자신의 노후 같은 건 생각을 안 하지 않습니까? 매일이 바쁘고 매일이 즐겁지요. 그래도 열심히 일해 왔는데 설마 이런 노후를 맞이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오랫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렇게 살고 있다니, 지금까지 내 인생은 뭐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허무해집니다."젊었을 때 열심히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연금을 붓고, 저축을 하면 늙어서 어느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평범한 믿음. 저자는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져있는 그 믿음이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지, 그리고 그 신화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20~30대에 취업하고 50~60대 정년퇴직하여 70~80까지 노후를 보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아무 대책 없이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음을 충고하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가 다름 아닌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우리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로서 종신고용제 등의 사회 시스템을 도입하여 사회를 안정화시켰으며, 보험 등의 금융시스템도 월등히 앞서가는 곳 아니던가. 게다가 일본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저축을 가장 많이 하는 이들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런 일본마저도 노후파산이라는 현상 앞에 백약이 무효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2014년 현재 일본의 독거노인 수는 600여 만 정도고, 그 중 약 200만 명이 노후파산에 이르러 고독사 하거나 아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70%가 노후파산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일본의 노인빈곤률이 19%임을 감안한다면 노인빈곤률이 50%에 다다른 대한민국의 노후파산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노인 중 53.1%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노후준비능력이 없다'(56.3%)를 제일 큰 원인으로 꼽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이슈만 되지 않았을 뿐, 노후파산은 우리들의 현실인 것이다.
노후파산의 비극은 그것이 노인들의 삶의 의지를 빼앗는다는 데에 있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삶의 경험을 이야기했던 만큼 공경의 대상이었던 노인이 이제는 잉여의 존재가 되어 각자도생을 고민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누굴 위해서 살고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말 지쳤습니다."노후파산을 해결하는 방법노후파산이라는 멀지 않은 미래에 닥쳐올 으스스한 현실. 과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보험회사에서 늘 이야기하듯 보험만 들어 놓으면 만사가 해결될까? 물가는 오르고 화폐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텐데 과연 그 연금이나 보험 등이 우리의 노후를 보장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것은 노후파산이 많은 부분 배우자를 잃은 노인들에게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기존에 받던 연금 수입이 절반에 가깝게 줄어들면서 노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진다는 것인데, 이는 반대로 홀로 된 노인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노후파산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연금이나 저축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입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독거노인들을 모아서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들이 서로 의지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되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다. 자산을 모아 일정 규모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함께 생활하면서 고정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들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책에서도 지적한, 노후파산에 처한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외로움도 극복할 수 있다. 결국 많은 노인들이 자살까지 결심하게 되는 것은 노후파산과 함께 친구와 지인을 잃고 사회와 연결돼 있던 끈이 끊어졌기 때문인데, 공동체가 노인들을 품고, 노인들이 직접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면 이 역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