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만난 반기문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최근 몇 년 사이에 유권자들의 눈매는 매우 예리해졌다. 과거 수평적 정권교체도 경험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을 살면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학습했던 다수 유권자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거치면서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혹독하게 체험했다.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속았음을 지금 뼈저리게 감득하고 있다.
이명박에게서는 '경제 환상'에 속았고, 박근혜에게서는 '빈 수레'가 내는 소리들에 철저히 속았다. 민주주의를 유린하면 경제도 쪽박이 된다는 사실이 오늘 증명되었다. 본질을 헤아리지 못하고 허울에 두 번 기만당했던 유권자들은 반기문에게는 유엔 사무총장이 허울임을 잘 간파하고 있다. 본질을 가리는 그 허울만을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에 또다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SNS 시대를 살고 있는 유권자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세계를 읽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수만 가지 정보를 습득한다. 그리하여 반기문이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잘 지켰지만, '치적'으로 삼을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외국 언론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투명 인간'이라는 비판과 '미국의 푸들'이라는 비난을 쏟아낸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인사는 이임 이후 5년 동안 자국의 대선이나 중요 직책에 나서지 않기로 한 유엔의 윤리강령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이임 직후 곧바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 반기문을 신임 총장부터 곱잖게 보고 있다. 외신들은 모두 비판적인 태도를 나타낸다.
유엔 사무총장 퇴임과 한국 대통령 선거가 시기적으로 맞물린 탓이기도 하겠지만 반 전 총장이 이임 직후 고국의 대선 판에 뛰어든 것은 스스로 자신의 '허울'에 집착한 탓이다. 다수 유권자들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그 허울에 몰입해 주리라는 기대가 팽배한 탓이기도 하다.
지금 와선 말을 바꾸지만, 2015년 말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을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반 총장이 2016년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 매우 다행이다. 올바른 용단을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유권자들은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다.
반기문에게서 느껴지는 명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