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작가는 책으로 출간된 <지식e> 7, 8권 책임편집을 맡았다.
김대홍
- 또렷한 기억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간다는 말이 맞다. 인터뷰를 위해 몇 주 전 읽은 책을 다시 꺼냈는데 내용이 참 새롭더라. 나같은 독자를 위해 이처럼 언제라도 뒤져서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을 펴낸 것인가."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이 의견들이 대화와 논쟁을 통해 좋은 결론을 도출하는 사회를 우리는 이상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 대화와 논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려면, 타인을 존중하고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에 더해, 해당 사안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알다시피 요즘 뉴스, 정보가 워낙 많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흘려듣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니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책이 있으면, 물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사람들은 뉴스를 크게 TV, 모바일, PC로 접한다. 비록 e북이긴 하지만 책으로 뉴스를 보는 건 생소하다. 그 수요가 어느 정도 된다고 판단했나."책의 콘셉트는 반복되는 뉴스, 지금 여기 와 있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뉴스의 '배경'을 알려주는 것이다. 요즘사람은 재미있고 휘발성 강한 뉴스만 선호한다고들 하는데, <네이버캐스트> 같은 심도 있는 콘텐츠가 나오는 걸로 보아 현안을 알고자 하는,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타깃으로 삼았으나……(웃음)."
-<지식e> 7·8·inside, <경제e>, <5분> 해설글 집필을 했다. <지식e>, <경제e> 모두 '지식채널 e'에 속한 내용들이고, <5분>은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pd가 뉴스타파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지식채널e>와 아주 오랜 인연을 맺은 듯싶다. 언제부터 이들 작업을 함께 했고, 이 작업들은 조영주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지식e> 1권부터 6권까지를 쓴 작가가 있었는데,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2011년 7권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지식e> 원고가 일련의 형식을 요구하는데, 그게 묘하게 까다로워서 처음 쓸 경우 맞추는 데 애를 좀 먹는다. <경제e>와 <5분>을 쓰게 된 것도, 그 포맷에 익숙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다.(웃음) 짧은 기간에 다양한 장을 아우르며 글을 써야 해서 매번 어렵고 고민이 정말, 정말 많지만, 그만큼 많이 배운다. 덕분에 조금 사람이 됐다.(웃음)"
-<지식e> 책을 보면 책임편집자로 돼 있더라. 책임편집이란 무엇인가."아, 8권까진가? 판권에 '해설원고 글'이라는 직책(?)이 없어서 임시변통으로 달아준 것이다."
-이 책 구상은 언제 했나. 자료조사를 여간한 게 아닐 텐데, 기간이 어느 정도 걸렸나."구상은 기획자가 먼저, 2년 전쯤 했다. 적당한 필자를 찾지 못해 내내 묵혀두다가, 2016년 초 나와 함께 본격적으로 목차를 짜기 시작했다. 원고는 7월부터 꼬박 3개월을 썼고, 자료 조사는 조사원의 도움을 받았다."
-담담하게 꺼낸 사실이 구호보다 더 힘이 있을 때가 있다. '개헌'에서 나온 내용이다. 프랑스혁명 시절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 올랭프 드 구주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여성은 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프랑스혁명조차 그랬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프랑스혁명에 대해서 참 무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재미있는 건 프랑스 혁명세력이 비슷한 시기 발발한 '아이티혁명'*은 지지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게 하는 단적인 사례일 텐데,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자신의 위치, '안다고 생각하는' 지식의 범위를 벗어나면 다들 무식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식민지 생도맹그(현 아이티공화국)에서 일어나 노예제가 폐지되고, 아프리카 출신이 세운 최초로 공화국을 세운 혁명. 프랑스 혁명세력은 반여성 시각을 드러냈지만 노예가 혁명을 주도한 아이티혁명은 지지했다.)
"지금처럼 시민은 배제되고 정치인만 참여하는 개헌 논의는 결국 권력구조에 대한 법률적 논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주제마다 짧은 요약글이 나온다. 이 글은 프랑스혁명 관련 내용이 나오는 편으로, 제목은 '개헌'이다.)
-본인의 해석은 최대한 넣지 않으려 하고 사실 편집만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그래도 누가 나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겠더라. 뉴스에 대한 본인의 관점은 무엇인가."뉴스에 대한 관점이라. 어려운 질문이다. 너무 큰 질문이라 어떻게 보면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데, '객관적 사실'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새로운 관점을 세우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