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촉사 인근 식당서 일행과 떡갈비정식으로 맛난 점심을 했다.
김연옥
미륵전 뒤쪽으로 가니 보통 사람들 키의 열 배가 넘는 거대한 석불이 눈앞에 펼쳐졌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 넓은 코, 두꺼운 입술, 큼직한 손,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늘어뜨린 귀걸이처럼 축 처져 있는 귀, 머리에 쓰고 있는 높은 관 등 하나하나가 엄청난 크기라 한눈에 보아도 위엄이 넘쳐 흘렀다.
그리고 몸체에 비해 큰 얼굴에 원통형 관 위로는 네모난 갓 모양의 보개(寶蓋)가 이중으로 올려져 있는데 청동으로 만든 풍경이 모서리에 달려 있어 자꾸 눈길이 갔다. 더욱이 부처가 들고 있는 연꽃 가지가 마치 자비의 씨앗을 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고려 4대 임금 광종 19년(968)에 왕명을 받은 혜명대사가 조성하기 시작하여 37년 만인 7대 목종 9년(1006)에 완성된 은진미륵은 토속적인 생김새로 당시 충청도 일대에서 유행하던 불상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몸집으로 절로 감탄하게 하고, 장엄하고 상서로운 기운으로 그 품속에서 삶의 위안을 얻고 싶게 하는 이 석불에는 흥미로운 설화가 전해 온다.
반야산 기슭 사제촌에 사는 여인이 산에 올라 나물을 뜯는데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찾아가 보니 갑자기 땅속에서 커다란 바위가 솟아 나왔다. 이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일을 보고 받은 조정에서는 하늘이 내린 돌이라 여겨 혜명대사에게 어명을 내려서 불상을 조성하게 했다. 그래서 솟아난 바위로 허리 아랫부분을 만들고, 상반신은 거기서 12km 정도 떨어진 우두촌에 있는 바위로 만들게 되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