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24시콜 앱'전국24시콜'은 화물노동자들이 애용하는 앱이다. 콜택시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운임은 낮게 책정되지만 사무실에서 알선해주는 일이 없을 때 이용한다.
김보경
오전부터 짐을 싣는 건 운이 좋은 경우다. 사무실에서 잡아주는 일감 외에도 '전국24시콜화물' 앱을 항상 켜놓고 일을 잡는다. '전국24시콜화물'은 '카카오택시' 앱처럼 실시간 화물 운송 거래 앱이다. 사무실 일감에 비해 비교적 운임이 낮다.
"일이 없는 이맘때 싸게라도 나가지. 돈이 적다 싶으면 안 가겠다고 버텨서 운송비 '딜'도 가능하고." 아빠는 집에서도 항상 앱을 들여다본다. 핸드폰 화면에 잔상이 남아 핸드폰 A/S 기사가 "적당히 앱을 켜놓으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오후 1시가 지나도 일을 잡지 못했다. "일 나가자"는 보챔에도 "일이 없는 걸 어쩌냐"라는 대답뿐이었다. 태연한 아빠의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일주일에 3일은 새벽 5시에 출근하기 일쑤였다. 지방에 짐을 내리러 갔다가 올라올 때, 실을 짐이 없어 일을 잡을 때까지 차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오후 9시 넘어 먹는 늦은 저녁식사도 당연할 때가 많았다. 여유 있어 보였지만 13년 동안 반복돼 익숙해진 것뿐이었다. 화물노동자는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하다.
"차 태워 달라고? 다음번에""오늘 딸도 따라왔는데, 왜 이렇게 일이 안 뜨냐.""연말이라 일이 더 안 뜨네."막연히 기다릴 수 없어 밥을 먹으러 갔다. 점심 메뉴는 사무실 근처 한 낙지집. 식당에는 큰 화물차 서너 대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 자가용이 있는 직원 차를 얻어 타고 나가야 한다. 식사를 마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식당에서 식사한 건 다행이다. 차 속에서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이마저도 못 먹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화물차주는 화물차를 자가용으로 이용한다. 굳이 차가 두 대일 필요도 없고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여행을 갈 때면 4인 가족의 경우 성인 4명이 좁은 조수석에 끼여 앉는다. 나란히 붙어 앉아 다리 한쪽도 제대로 펼 수 없다.
아빠의 고향인 전라북도 고창으로 갈 때면 한없이 펼쳐진 고속도로가 원망스럽다. 도착해서도 끝이 아니다. 가족을 먼저 내려주고 주차 공간을 찾느라 한참 뒤에 들어온다. 명절에는 주차 공간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각할 때도 역까지 "차 태워달라"는 말 한번 꺼내기 어렵다.
오후 2시 45분. '오늘은 허탕'이라고 생각할 때 파주 한 칠판교구 공장에서 알루미늄을 실어 의정부와 포천 공장으로 옮기는 일이 들어왔다. 출발하기 앞서 습관처럼 화장실에 들렀다. 끝없는 도로 위를 달리면 눈꺼풀이 감기곤 해 껌도 챙겼다. 갈 길 먼 화물노동자에게 졸음은 최대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