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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닷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전문 요리사가 되려면 청소, 설거지, 물 가늠하기 등을 꼬박 몇 년을 거쳐야 드디어 요리를 할 수 있는 불을 만날 수 있다지 않은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15쪽)
1인 출판사 '스토리닷'을 일구는 이정하 님이 빚은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읽으면, 첫머리에 밥짓기 이야기가 나옵니다. 밥을 짓는 솜씨를 키우기 앞서 이래저래 '잔일'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글쓰기도 밥짓기하고 비슷한 얼거리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자잘하거나 쉽다 싶은 일부터 살피고, 삶에서 바탕이 되는 일부터 헤아릴 적에 비로소 글 한 줄을 즐겁게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네 책방에 가면) 큰 서점과 인터넷서점에선 보기 어려웠던 책들이 정말 나에게 "저를 데려가세요" 하고 말을 걸어오곤 한다. 또 이런 동네 책방의 좋은 점은 책방 주인장들과 책에 대해 좀 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어서 좋다. (18쪽)글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이야기'가 있을 적에 쓴다고 할 만합니다. 아무 글이나 쓰지는 않으니까요. 숙제로 독후감을 써야 하든, 일터에서 보고서를 써야 하든, 면사무소에 서류를 갖다 내야 하든, '써야 할 일'이 있으니 글을 씁니다.
틀에 맞추어 딱딱하게 써야 하든, 사랑스러운 이웃님한테 기쁨과 웃음을 담아 편지를 쓰든, 우리는 늘 '할 이야기'를 글로 쓰고 '할 일'을 글로 옮깁니다.
둘째 언니가 고등학교를 대도시로 가게 됐고, 그 방에 있던 세계문학전집을 동화책이나 위인전 대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슬레이트 지붕에서 뚝뚝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나 비 오는 소리 그리고 얇은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코끝 시린 바람에도 이불 뚤뚤 말고 읽었던 펄 벅의 <대지>나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의 줄거리는 지금도 가물가물해도 그 여운만큼은 아직도 남아 있다. (20∼21쪽)내게 있어 글은 이런 것이다. 우리 딸이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모른 채 써 주는 편지, 팔순 넘어서 이제 갓 한글을 배운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에게 쓰는 첫 편지 같은 것.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