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집이 다양한 용도로 향초를 사용한다. 음식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는 데 제격이라서, 방안에 좋아하는 향을 채워 기분 전환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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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전에 집들이 후 향초를 몇 개 선물 받았는데, 한 번은 부엌의 음식 냄새 때문에 싱크대 위에 잠시 향초를 켜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뭘 하나 물끄러미 지켜보던 우리 집 고양이가 내가 한눈 판 사이 싱크대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불꽃이 일렁이는 낯선 물건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쌔한 기분에 돌아보다 그걸 발견한 나는 기절할 뻔했다.
냄새를 맡아보려는지, 따뜻해서 그런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향초에 코를 가져다 킁킁거리려는 순간, 녀석도 열기를 느끼고 아차 싶었는지 몸을 돌려 싱크대 아래로 폴짝 뛰어내렸다. 얼른 달려가 붙잡고 봤더니 벌써 수염 몇 가닥이 꼬불꼬불, 멋 내려고 고대기한 것처럼 끄트머리가 구부러져 있는 것이었다. 하얀 목덜미에는 그새 그을음이 붙어 있었다. 다행히 목덜미의 그을음은 털어내니 금방 없어졌지만, 우리 집 고양이는 한동안 끝이 구불구불 말린 수염으로 지내야 했다.
고양이에게 수염은 매우 중요한 감각 기관이기 때문에, 수염이 훼손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누굴 탓하겠는가, 고양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불을 켜둔 집사 잘못이지. 이는 겨울철 온열기구 주변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사고이기 때문에 아무튼 고양이가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은 방심하지 말고 항상 주의해야 한다.
사실 향초뿐 아니라 고양이에게 해로운 식물도 생각보다 많으니, 집안에 새로운 것을 들일 때는 한 번쯤 이게 우리 집 식구 모두에게 안전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집사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고양이님을 위해, 가끔은 우리 집 거실의 어떤 디테일은 포기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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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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