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골목 마지막 주민인 최은아·이길자씨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낸 감사편지.
김경년
"시장님, 저희 때문에 힘드셨죠?"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옥바라지골목 개발 반대투쟁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주민 2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주인공은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 총무를 맡았던 최은아씨(49)와 투쟁본부 역할을 했던 구본장여관의 주인 이길자씨(64).
이들은 18일 박 시장에게 전달된 편지에서 "정들었던 옥바라지골목을 떠나 새로운 동네에 정착한 지도 3개월이 지났다"며 "시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저(최씨)는 이사를 하여 잘 지내고 있고, 이길자씨는 얼마 전 개업을 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예쁜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볼펜으로 눌러쓴 편지에서 이들은 "저희가 만나면 시장님 얘기를 꼭 한다"며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리로 인해 고통받은 것, 약속 지키려 노력한 것 다 알고 있다"그 중 첫 번째는 "(우리가) 일 보러 가시던 시장님께 갑자기 나타나서 '시장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하니까 가던 길 멈추고 따뜻하게 먼저 손잡아 주셨던 것 그리고 우리 얘기 잘 들어 주셨던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이들은 지난해 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조계사에 들어가던 박 시장을 막무가내로 붙잡고 제발 한 번 만나달라고 사정했던 적 있다.
두 번째는 "구본장 강제집행 때 옥바라지골목에 오셨던 것, 그리고 그 때 속상한 저희의 마음을 위로해 주셨던 것"을 꼽았다. 이들은 "그 후 시장님이 옥바라지골목으로 인해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는 것, 그리고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는 것 저희가 다 알고 있다"며 "저희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지난해 5월 17일 오전 철거용역과 대책위가 대치하고 있던 옥바라지골목 현장을 깜짝 방문해서 "지금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다, 내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고 말한 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세 번째는 "면담 때 시장님께서 저희에게 사과의 말씀 먼저 하셨던 것이 인상 깊었다"며 "용기가 있는 분이기 때문에 사과를 잘 하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여주신 진실한 마음과 의리를 잊지 않겠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옥바라지골목 보존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시장님, 옥바라지골목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저희는 정말 옥바라지골목에 계속 살고 싶었어요. 그 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옥바라지골목을 지켰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