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지입제를 양심고백한 정승태 씨.
바른지역언론연대
지난해 12월,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선 흔치 않은 한 가지 판결이 내려졌다. 택시업체가 택시기사에게 명의를 빌려주어 기사는 회사 택시를 개인택시처럼 운행하고, 업체는 그 대가로 기사로부터 일정한 돈을 받는 형태, 즉 '지입제'를 인정한 판결이었다. 지입제는 택시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업체와 기사 양쪽이 다 처벌받는 등의 이유로 사실로 드러나기가 쉽지 않다.
이날 판결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지입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어느 택시기사의 양심고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신의 진술을 확인하기보다 업체 감싸기에 급급한 공무원들과 싸워야 했고, 양심고백에서 판결까지 2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소비했다. 업체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천시는 이 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최순실 사태가 그냥 터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정부패가 사회에 만연해 있는 거죠. 택시기사가 처벌 받을 줄 뻔히 알면서도 지입제 했다고 고백하면 관련 내용을 쭉 확인하면 될 텐데, 사천시는 수사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경찰은 업체 쪽 말만 믿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정승태(61) 씨. 그는 삼천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주로 음향사업을 해오던 그가 택시를 몰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3년 봄. 더 늙기 전에 택시운전 경력을 쌓아 나중에 개인택시라도 인수해 노후에 대비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택시를 모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벌이도 시원찮았고, 무엇보다 건강에 무리가 왔다. 두 달이 채 못 되어 택시 일을 접었다. 그가 다시 택시 핸들을 잡은 건 그해 8월이었다. 업체 내 지인을 통해 지입제가 가능하다는 암시를 받았다. 새 차를 구입해 개인택시처럼 마음껏 사용하면 기존의 음향사업도 간간이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또 다른 지인에게 돈을 빌려 새 차를 구입했고, 회사는 이 차를 택시로 등록했다.
그 후 꼭 1년이 지난 즈음에 문제가 터졌다. 회사가 정씨가 몰던 택시차량 면허를 사천시에 휴면처리 해버린 것이다. 정씨는 회사의 일방적 일 처리에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할 테면 해봐라"는 우격다짐.
"저는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돼요. 그 때 제가 제 때 차량 보험료를 못 냈던 것은 맞아요. 일 때문에 하필 통영에 며칠 가 있을 땐데, 회사에서 먼저 내어주면 곧 갚겠노라 말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던 겁니다. 그렇다고 택시 면허를 휴면처리 해버리면 저는 뭐가 됩니까? 택시차량만 회사에 뺏길 판이었지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시를 찾아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