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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2년 대선 직전에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급된 '2008년 이후 국가배상지급 현황'(법무부) 자료를 입수해 국가배상금 총액(2502억2493만 원)을 불법행위의 발생 원인(原因) 정부별로 분석해 보도한 바 있다. 보안사, 대공경찰 등 정보수사기관과 국방부 등 모든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총액을 집계한 이 법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정희 정부 1222억9973만 원(48.9%) ▲전두환 정부 595억2805만 원(23.8%) ▲이승만 정부 354억9831만 원(14.2%) 순이었다. 이 세 정부에서 발생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총액의 86.9%에 달했다.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는 2008년 이후 집행된 국가배상금 중 5천만 원 이상 지급된 179건을 집계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에 집행된 국가배상 총액의 96.4%에 달했다. 중요 사건별로 살펴보면, 국가배상 총액 1위(민청학련 632억4950만 원)와 2위(인혁당 재건위 497억2296만 원) 사건의 합계만 1129억7246만 원으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는데, 모두 박정희 정권 때 일어난 것이다. 3위는 이승만 정권 때 들어선 주한미군 오산비행장의 전투기 소음 피해 국가배상(249억8910만원)이었다(관련 기사 : 국가배상금 총액 박정희>전두환>이승만 순, 박정희 정권 국가폭력 등 배상이 절반 차지
http://bit.ly/VCg8CK).
박근혜의 전근대적 법치 인식 중심엔 유신헌법 설계한 김기춘이런 결과는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자행됐던 국가폭력 및 인권유린 범죄 행위가 단지 그 당시뿐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후유증으로 남아 후대의 국민에게 정치-경제-사회적 부담을 지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의 범죄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과 유족들이 겪은 아픔과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은 정부의 연속성에 따른 국가의 의무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으냐"며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그런 답을 제가 한 적이 있다"고 피해갔다. 그가 말한 대법원의 두 가지 판결이란 1975년의 사법살인 판결과 2007년의 재심 무죄확정 판결을 가리킨다. 대법원 판결이 사형과 무죄로 엇갈린 만큼 최종 판단은 역사에 맡기자는 투였다. 이는 중대한 사실 오인이 드러나 과거의 판결을 시정하는 구제절차인 재심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법치 인식이었다.
이는 제주 4·3 사건과 관련, 제주 4·3 특별법을 제정-공포(2001년 4월, 김대중)해 진상규명의 길을 열고, 진상조사위 의견에 따라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2003년 10월, 노무현)한 다른 대통령들의 역사 인식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근혜의 이런 전근대적인 법치 인식의 중심에는 아버지 박정희와 박정희 유신체제 때부터 '윗분의 뜻'을 받들어 '하명'을 수행해온 김기춘이 있다.
국가배상 총액과 피해자 인원 수에서 앞 자리를 차지하는 인혁당 재건위, 민청학련, 긴급조치 사건 등은 본질적으로 박정희의 종신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신체제의 산물이다. 유신체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유신헌법은 박정희가 구상하고, 박정희의 법무참모였던 신직수 법무장관과, 신직수가 발탁한 5.16장학생 출신의 김기춘 검사가 초안을 만들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국회해산권 등 초헌법적 권한과 정수의 1/3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및 법관의 임명권을 부여함으로써 대통령 1인 독재를 가능케 해준 악법이었다.
두 법비(法匪)는 자신들이 설계한 7년 간의 유신체제(72. 10~79. 10)를 떠받친 핵심 보직인 중앙정보부장(73. 12~76. 3)과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74. 9~79. 2)으로 각각 복무했다. 민청학련 및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그 기간에 벌어진 중정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두 사건의 피해자와 배상액만도 733명에 1551억8천만 원이나 된다. 김기춘은 당시 신직수 부장의 법률보좌관으로 복무했다. 김기춘 대공수사국장의 대표작인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75. 11)의 피해자와 배상액은 김동휘 등 16명 17억 원이다.
박정희의 후광과 '장물'만 먹고 부채는 승계하지 않은 박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