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김치찌개 음식점에서 대학생·워킹맘·창업자 등 청년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4일 저녁,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인 나는 역시 취준생인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한 친구가 열을 올리며 내게 기사를 보여줬다. 곧이어 나와 나머지 친구들 또한 그의 분노에 합류했다. 치열한 스펙 경쟁, 좁아져만 가는 취업문, 야근·휴일 근무가 일상인 청년인턴 등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청년인턴 확대' '노력하라'는 발언은 즉각적으로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SNS상에서도 많은 취준생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렇게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왜 반 전 총장은 위와 같은 발언들을 했을까? 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친구들과 공유한 분노는 위 발언들만을 보고 표출한 감정이었다. 반 전 총장이 청년들과 나눈 대화의 맥락은 사뭇 달랐다.
반기문은 청년취업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가 9~10% 실업률에, 체감상 20%의 실업률을 느끼고 있다며, 청년 실업문제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채용과정에서 스펙을 중시하는 현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봐야 하는데 정해진 학벌·경력 이런 것들을 우선으로 보고 그것이 채용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인재를 미리 양성해서 자기들(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개발시켜 채용하는 것은 어떤가"라며 "인성과 능력, 가능성을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2~3년 동안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채용하는 방법을 확대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밝혔다. 청년인턴 확대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또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유엔 근무 시절 경험과 가족 이야기를 들며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실력을 쌓고 나름대로 노력하겠다고 하면 분명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이상은 크게 갖고 현실적 감각을 가지며 조화해 나가라. 차근차근 해나가라"라고 덧붙였다. 위 과정에서 나온 "노력하라"는 말은, 맥락상 취업난 해소, 창업 지원 등을 호소한 청년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청년 취업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해결 의지도 있어 보였다. 반면에, 그가 말한 "청년인턴"과 "노력"은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 개념에 불과하다. 그의 조언과 달리 현실적 감각과 조화되지 않은 해결책인 것이다.
현실 속 '청년인턴'과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