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흔드는 반기문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기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기사보강: 13일 오후 3시 18분]"정권교체의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 시대를 열겠습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서로 다른 두 사람의 같은 말. 전자는 2012년 12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연설 중 한 말이고, 후자는 5년 뒤인 2017년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인사를 하며 던진 일성(一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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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근혜 후보는 야당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정치 교체'를 주장했다(
관련 기사 : 태극기 물결 광화문... "정권교체 넘어 정치교체"). 야권의 '정권교체' 프레임을 지우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핀 '새정치' 담론을 흡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박 후보는 당시 연설에서 "정치 교체와 시대 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권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교체해야 국민 행복이 담보된다는 주장이었다.
'국민대통합'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임기 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정책 등으로 강조했던 키워드가 '국민대통합'이었다. 반 전 총장도 12일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면서 "분열된 나라를 다시 하나로 묶어 일류 국가로 만드는 그런 의지라면 제 한몸 불사를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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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은 귀국 직전 일부 신문과의 기내 인터뷰에서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국민 대통합'을 꼽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사회 원로나 각계 대표를 모아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고위급 협의체를 만들고 국회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또한 임기 초반인 2013년 6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출범 시킨 바 있다. 역시 '사회 원로, 각계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협의 기구였다. 박 대통령은 출범 당시 "(국민대통합위는) 단순 자문 역할이 아닌 갈등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기 위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이 국민대통합위는 박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반 전 총장이 제시한 '고위급 협의체'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역할과 얼마나 다르고,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국민대통합'을 얘기하면서도 일부 노동계를 비판했다. 그는 "자기 주장만 해대고 그 주장을 하다가 안 되면 거리를 뛰쳐나와 억지를 부리면 대타협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소득 격차와 양극화의 원인을 일부 노동계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면서, 정책적 대안 대신 일부 계층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