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예선료 10만원만 받아라? "가스공사 갑질"

"터무니없는 예선료, 일감 몰아주고 부당이득 편취하려는 것"

등록 2017.01.13 09:57수정 2017.01.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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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예선 인천항에 정박 중인 예선들. 대형 선박의 경우 부두에 접안하거나 부두에서 떨어질 때 자체 조향이 어렵기 때문에 옆에 붙어서 도선사의 지휘를 따라 좌우로 밀어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예선들이 필요하다. LNG선박의 예선들 LNG선박이 입항해서 하역을 마치고 출항할 때까지 며칠간 같이 붙어있다.
인천항 예선인천항에 정박 중인 예선들. 대형 선박의 경우 부두에 접안하거나 부두에서 떨어질 때 자체 조향이 어렵기 때문에 옆에 붙어서 도선사의 지휘를 따라 좌우로 밀어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예선들이 필요하다. LNG선박의 예선들 LNG선박이 입항해서 하역을 마치고 출항할 때까지 며칠간 같이 붙어있다.김갑봉

정유섭 의원, "예선료 10만 원만 받아라? 갑질 횡포"

특정 예선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퇴직한 임직원이 재취업한 일이 드러나 감사원 감사를 받았던 한국가스공사가 이번에는 터무니없는 예선료(=예선 사용료) 강요로 빈축을 샀다.

예선은 유조선 등 대형 선박이 부두에 댈 때 조향이 어려우므로 대형 선박을 옆에서 미는 선박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에 LNG 선박을 댈 때도 필요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유섭(새누리당, 부평갑)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지난해 11월 '국적 LNG선 운영위원회'를 통해 평택과 인천의 LNG 인수기지 예선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하면서 2017~2018년 FOB(본선 인도 조건) 예선료를 항차 당 10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선료는 항차 당 7000만 원대에 달하는 평균 예선료에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나머지 6990만 원은 외국 선사 예선료로 충당하라는 뜻이다.

정유섭 의원은 "가스공사가 이 같은 예선 요율을 책정한 이유는 모자라는 금액을 DES(착선 인도 조건) 거래로 보전하라는 의미다"라고 한 뒤, "외국 선사에 예선료를 더 받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FOB'를 기준으로 예선료를 적용하면 화물을 수입하는 화주가 부담하는 것이라 가스공사가 돈을 내게 되고, 'DES'를 적용하면 화물을 수출하는 화주가 부담하는 것이라 가스 생산자가 돈을 내게 된다. 국적 선사는 보통 'FOB'를 적용하고, 해외 선사는 'DES' 계약으로 입항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예선 사용료를 지급하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국적 LNG선 운영위원회'를 통해 현대 LNG 해운 등 국적 운송사업자들에게 가스공사가 제시한 예선 요율 조건을 토대로 예선 업체들과 예선 사용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정유섭 의원은 "가스공사가 '갑'의 위치에서 해운사와 예선사들 간 계약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WTO 제소 등의 위험을 또 선사들에 떠넘기는 행위"라며 "감사원과 해양수산부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해운사와 예선사에 대한 통제력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지배력을 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가스공사의 이 같은 조치는 통영예선 등,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고 난 뒤 일어난 일로, 장기간 유착관계에 있던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가 반복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항 내 안전 등 '선박 입출항법'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항만업계, "통영예선 일감 몰아주기 입찰 의혹"

정 의원뿐만 아니라 인천항만업계도 가스공사의 이 같은 예선 요율 조치를 통영예선에 일감 몰아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천 남항과 북항 등에 대형 선박을 대면 예선이 달라붙는데, 업체 4개가 예선료 경쟁 관계에 있다. 하지만 인천항에서 LNG선박 예선 사용은 가스해운이 20년 넘게 독점 공급하고 있다. 법인의 지분 구성은 인천항 예선 업체 4개로 돼 있지만, 사장은 가스공사의 낙하산 인사가 차지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가스해운과 계약기간이 오는 3월 30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지난해 11월 '국적 LNG선 운영위원회'를 통해 예선료 10만 원으로 예선 사업자 공고를 했고, 통영예선이 낙찰됐다.

인천항의 다른 예선 업체들은 10만 원이라는 예선료가 터무니없기도 했지만, 입찰조건 자체가 위법한 사항이라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천항만업계는 가스공사가 통영예선을 챙겨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영예선은 비리 혐의로 2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장석효 전 가스공사 사장이 대표를 했던 업체로, 주요 사업장은 통영 LNG 인수기지다.

장석효씨는 가스공사 도입본부장 출신으로 2011~2013년 통영예선 사장을 지낸 뒤 2013년 7월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임기 중 비리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월 사임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천대엽)는 지난해 12월 장씨에게 통영예선 사장 재임 시 가스공사 간부들에게 43차례에 걸쳐 3500만 원 상당의 골프접대를 한 혐의(뇌물공여)에 대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수년간 장씨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가스공사 직원들도 각각 징역 6개월∼1년에 집행유예 1∼2년, 벌금 1000∼2000만 원을 받았다.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예선 사업자 선정 입찰은 통영예선을 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입찰조건에 위법사항이 많은데도 가스공사가 통영예선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예선료 삭감으로 가스공사 부당이득 편취하려는 것"

가스공사가 제시한 예선 사업자 선정 입찰조건은 법에 어긋난다는 게 예선업계의 중론이다. 선박 입출항법 24조 2항은 '예선업의 등록 또는 변경등록은 무역항별로' 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인천항에서 예선업을 하려면 인천항에 등록돼있는 업체여야 하는데, 가스공사 입찰에선 이를 무시하고 통영항에 등록된 통영예선이 낙찰된 만큼, 위법이라는 것이다.

가스공사가 10만 원으로 강제한 예선 요율 또한 문제다. 선박 입출항법 시행령 12조를 보면, 예선 요율은 중앙예선협의회가 결정하게 돼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국적 LNG선 운영위원회'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는 가스공사가 (해외 해운선사에 기대 되는) DES 예상수익을 계산해 예정가격을 산출한 뒤, 인천 LNG인수기지에 들어오는 국적선사들의 FOB 예선료를 삭감해 부당한 이득을 편취하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예선료 #정유섭 #선박입출항법 #국적LNG선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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