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경 씨가 대걸레질을 하고 있다.
김동수
'역시나'였다. 노조는 진짜 있으나 마나였다.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 열악한 근로조건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오히려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업체의 부당한 지시에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며 완전히 손을 놓은 지 오래였다.
"매번 우리한테 무엇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하나도 안 지켜졌지. 한 번은 지부(상급노조) 사람들이 와서 월급을 올려준다고 했어. 그런데 다음에 와서는 우리 지회장이 애를 썼는데, 잘 안 됐다는 거야. 그러더니 시간을 좀 더 달래. 다음번에는 꼭 올려주겠다고. 그렇게 해를 넘겼어. 그것도 거짓말이었지. 임금은 그대로였으니까. 임금협상 따위는 없었던 것 같아."A의 청소노동자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값싼 임금을 받았다. 노조는 매번 임금협상에 나섰다고 했다. 도대체 회사와 무슨 협상을 해왔던 걸까.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회사 편들기 바빴던 건 아니었을까? 제1노조는 노조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노조다운 노조'를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민노를 조직하기 어려웠다. 곳곳에 "사쿠라"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회장과 내통된 사람들이 도처에 숨어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 모든 말이 블랙홀처럼 지회장에게 흘러갔다. 아무나 붙잡고 "나랑 같이 민노 한 번 만들어 볼래?" 말 한마디 하기 힘든 구조였다. 당장 누가 내 편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건 사치였다. 잘못 말했다가 지회장한테 발각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일터는 민노 조직 상황이 새어나갈 위험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작스레 쫓겨났다. 본사 사무실에 찾아가서 왜 잘랐는지 물어봤다. 자신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노조 조직조차 시도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회사 쪽은 다른 생각이었다. 그녀를 이미 민노를 조직할 사람으로 생각한 듯했다.
바로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를 '어용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