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등학교의 대학합격 결과 게시물. 서울대에서 기타지방대학 합격 현황을 학교 곳곳에, 1년 내내 게시하고 있다. '지잡대'라고 쓰지 않을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김행수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교육열 세계 1위의 나라일 것이다. '백인백색'이라 할 만큼 교육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한민국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출세나 신분 상승 등에 교육이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건 현실이기도 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이기도 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대학별 합격자 수가 적힌 표를 학내에 붙여 놓는다. 이 표는 입구 야외 게시판을 비롯해 출입구 계단, 교실, 복도 등 이곳 저곳에 붙어 있다. 학부모 총회나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이 학교를 방문하는, '수능일' 같은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1년 내내 그렇게 학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왼쪽 맨 위 '서울대'에서 시작하여 치·의·한의대를 거쳐 연세대, 고려대 등 'IN 서울대'를 지나 수도권 소재 대학까지 다다르면, 마지막 오른쪽 맨 아래 '기타지방대학'으로 끝난다. 그나마 '기타지방대학'을 '지방에 소재하는 잡스러운 대학'을 의미하는 비하적 속어 '지잡대'라고 쓰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학교 교사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학교 곳곳에 붙였을까? 이걸 보면서 이 학교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가끔 학교에 오는 학부모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연히 그 학교에 들렀다가 이걸 보게 된 다른 학교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이 학교 교사들은 서울대 10명을 비롯해 진학 실적을 최고로 끌어올렸다는 이유로 전원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고3 담임뿐만이 아니라 교사 전원이... 고생한 교사들에게 이 정도 보상은 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과 교사의 노고를 진학 성적으로 평가하는 이런 분위기는 교육자의 양심과 어긋나는 것 아닌가.
순수한 여름방학은 5일? 아니면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