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같이 가자!」, 지은이 안미선, 기획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펴낸이 도서출판 삼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언니!" 보통 나이 어린 여성이 손 위 여성을 부르는 호칭이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여성들이 서로를 다정히 부르는 호칭이기도 하다. "언니, 같이 가자!"라는 제목은 여성들의 맞잡은 두 손과 힘찬 발걸음을 떠올린다. 언니라는 호칭은 정겹고, 맞잡은 두 손은 따뜻하며, 힘찬 발걸음은 씩씩하다. 이들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언니, 같이 가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가 기획한 세 번째 책이다. 2008년에는 탈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 과정을 담은 사례집 <축하해>를, 2015년에는 성매매 현장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집 <내가 제일 잘한 일>을 출간했다.
앞의 두 책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라면 이번 책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짝꿍인 활동가들의 이야기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우리가 외면한 채 보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한 줌의 활동가들이 있다. 그곳이 어디이건 말이다.
활동가들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구출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경찰서와 법원에 동행한다. 가끔 결혼식에도 가고, 돌잔치에도 간다. 그리고 종종 장례식에도 간다. 살해당하거나 자살하는 여성들의 마지막을 활동가들이 지켜준다. 이렇게 끈끈한 관계지만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삶에 부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여성들은 활동가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성매매와의 단절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삶의 부침을 인내심을 지니고 지켜본다. 그리고 관계를 끊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어쨌든 활동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과 여성들과 일상을 함께 하며 웃음 짓는 것이다.
같은 아픔을 가진 여성들의 연대를 기록하다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해 온 안미선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서울, 부산, 포항, 대구, 광주, 제주 등등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을 바지런히 다니며 활동가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가가 활동가들을 인터뷰해서 쓴 책들은 적지 않지만 이 책은 목소리가 섞여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글을 쓴 이는 안미선 작가이지만, 화자는 활동가들이다. 그런데 화자는 활동가들이지만, 주인공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다. 그래서 <언니, 같이 가자!>는 안미선 작가와 활동가들과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함께 쓴 책으로 읽힌다. 누가 작가이고, 화자이고, 주인공인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또한 작가, 화자, 주인공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말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과 자신은 똑같다고. "같은 여성이고, 같은 인간"이라고. 나이, 계급, 지역, 국적, 인종, 경험이 모두 다르지만 누구나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기구한 사연과 상처가 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면 여성들이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아픔을 이겨낼 힘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도 말이다.
활동가들은 사실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자신들 만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만나면서 자신들도 성장하고 치유됐기 때문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도 활동가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활동가들이 내민 손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잡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내민 손을 활동가들이 잡으면서 상호 지지와 상호 치유가 가능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