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둔사 홍매, 지난해 맺혔던 열매와 꽃망울이 삶의 순환, 즉 윤회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임현철
금둔사로 향하면서 꽃에 대한 집착을 버렸습니다. 납월 홍매, 피었으면 핀대로, 피지 않았다면 꽃망울인 채로 즐기면 될 것이기에. 또한 매화 꽃망울을 보면서, 어느 한 순간 꽃망울을 톡 터트리고 꽃으로 피어날 순간의 기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쾌, 통쾌, 상쾌할 수 있으니까. 생각이 이에 미치자 마냥 행복했습니다.
전남 순천 금전산 금둔사. 일주문에 들어섰습니다. 선계로 들어선 기분이랄까. 대웅전을 돌아 납월 홍매를 찾았습니다. 애석하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만난 홍매는 꽃망울인 채였습니다. 마음 한쪽에선 꽃을 기대했던 걸까, 실망스러웠습니다. 겨울이 가야 봄이 오건만, 너무 일찍 봄을 그리워했나 봅니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건, 활짝 핀 홍매 한 두 송이를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금둔사가 소개하는 <납월매> 시 한 수 읊지요.
납월매 신라 시인 최광유
찬 서리 고운자태 사방을 비춰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바쁜 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개인 눈발 처음 녹아 눈물어려 새로워라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찬 향기 가벼워 먼지 낀 흰 창문 닫는구나내 고향 개울가 둘러선 나무는서쪽으로 먼 길 떠난 이 사람 기다릴까간절함이 통했을까, 여섯 번째 납월 홍매 기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