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을 수 없다"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지난 2014년 5월 3일 오후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가만히 있으라'가 적힌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인 모습.
권우성
'말 잘 들어라, 반항하지 말아라, 질서를 지켜라.' 분노한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외쳤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도 너무 화가 났기 때문에 함께 외쳤다. 추모하고, 기억하겠다 되뇌고, 가방마다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녔다. 정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세월호를 바다에서 건져 올리지 못했다. 그즈음 나는 확실하게 절망했다. 나의 무력함에 절망하고 내가 믿었던 상식과 진실에 절망했다.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게 확실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슬퍼하는 것이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앞으로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다.
촛불이 다시 켜졌다... 이번에는 지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2016년 10월 29일, 다시 촛불이 켜졌다고 했다. 난 마음 한구석이 찔리긴 했지만, 매우 비관적인 생각만 들어서 집안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때 한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집회 처음 나와봤는데 재밌네."대학 다니는 내내 그 친구는 정치 이야기 하는 것을 늘 피했었다. 정치는 모르는 것이 순수한 것이라 믿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내가 더 놀란 것은 그 아래에 달리는 다른 친구들의 카톡이었다.
"추운데 고생이다.""응원한다!""멋있다!"나랑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맞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같이 학교 다닐 때, 정치 무지렁이인 나를 운동권(?)으로 분류할 만큼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를 두던 이들이었다.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그 다음 주부터 거리로 나갔다. 한 사람이라도 더 가야겠다는 생각에 전처럼 혼자 가지 않고 친구를 불러 굳이 같이 나갔다. 매주 인파는 늘어갔지만 혹시 사람이 줄어들까 빠지지도 못하고 열심히 촛불을 들었다. 뭘 해야할지는 여전히 몰랐지만 이왕 사는 양초 좀 더 사서 무작정 나눠주기도 하고, 겨울나기용으로 주문해 놓았던 100개들이 핫팩을 배낭에 넣어가서 나눠주기도 했다. 뭐라도 해야했다. 이번에는 정말 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연말, 나는, 우리는 작은 승리감을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