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맛 김밥집 박성도 사장님 인터뷰 모습
설혜영
- 아침인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무작정 김밥집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그 때 '거리 인사를 하자. 예전에 대기업에 다니면서 인사했던 그대로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인사를 시작하고 초창기 주변 사람들 반응은 '또라이 아니야?', '며칠 하다가 그만두겠지'였다. 처음에는 사람들 반응에 좀 서운했는데 요즘은 '여기가 내 무대다. 내가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고 잘 전달하려면 사람들의 반응에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퀵서비스노동자, 택배노동자분들이 많이 지나가시는데 손까지 흔들어 주면 더 좋아해주신다. 함께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모자 복장을 하고 인사를 했다."
- 원래 끈기가 있는 편인가? "뭐하나 빠지면 3년은 간다. 끈기도 끈기지만 요즘은 아이들을 통해서 많이 배운다. 아이들의 모습은 무척 순수하다. 내가 굳어있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이들을 보며 느낀다. 인사를 크게 하는 아이를 보면 구운 계란을 안줄 수가 없다. 내 욕심이긴 하지만 한참 후에 커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나를 떠올리며 '아 맞아 김밥집 아저씨는 아침인사를 매일 했던 걸로 기억 나'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의미부여를 한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 달라."자가용으로 출근하는 분이신데 매일 아침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시는 분이 있다. 오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길 건너편에서 내려와 좌회전하신다. 9월 14일 추석 전날 아침에 인사를 하는데 그 날은 특이하게 직진하시더니 "해피 추석!"하며 과자바구니 선물을 내밀었다. 추석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날이 내 생일이었다. 선물을 받으면서 오늘이 내 생일이란 걸 깨달았다. 그때 '하늘에 있는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이 생일 선물을 줘야 하는데 전해줄 수 없어서, 저 사람을 통해 준 것 아닌가' 생각했다."
- 김밥집 창업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나에게 김밥집은 새로운 도전이다. 처음에는 밥이 떡이 되고 어려웠다. 컴퓨터 유통 일을 하던 중에 거래하는 건에서 큰 건이 나왔는데 그걸 놓쳤다. 대기업 납품 건이었는데 자금이 없다보니까 못하게 됐다. 내 나름에는 최선을 다했는데 말이다. 억울했다. 어디 가서 얘기할 데도 없고 답답한 마음을 자연에 풀겠다 생각하며 자전거 국토종주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박5일을 다녔고 4대강은 길게 시간을 낼 수 없어 주말마다 끊어서 했다.
들판, 강, 꽃, 산에다 외쳤다. '바보 같다. 왜 못했는가. 앞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나갈 수 있겠는가' 소리 치고 원망스런 사람들 욕도 했다. 4대강을 다니며 깨달았다. '내가 이제껏 50년 넘게 살면서 자전거 높이의 세상을 모르고 살았구나라'는 것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11월에 강원도 고성까지 종주를 끝내고 돌아와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손님으로 갔던 깁밥집에서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 여는 마지막 날 인사라도 해야지 하고 들러 라면을 한 그릇 시켜 먹다가 내가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금을 입금했다."
- 김밥집을 연 것에 대해 만족하나? "재미있다. 즐겁다. 스트레스가 없다. 대기업과 일을 하면서 은근히 상처를 받고 하고 싶은 얘기를 못했던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내가 칼자루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없다. 김밥이 없으면 없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