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소사지역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우
참여사회
- 그동안 국회의원으로서 이룬 성취에 비해 많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초기엔 당직을 맡았지만, 2010년부터는 지역구 일에 집중했다. 시민운동가 출신 국회의원들은 대개 신중한 편이다. 돌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직적으로 일을 한다. 독자적으로 튀는 행동을 잘 안 한다. 정책 중심으로 일한다. 좀 '튀려면' 돌출 발언도 해야 하는데,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 아쉬움은 별로 없나."최근 여기저기서 (활동에 비해 별로 안 떴다는) 이야기를 조금 들었다. 청와대 반입 의약품을 공개한 뒤 '모르는 의원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웃음) 국회의원 300명인데, 스타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인은 튀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쪽으로 욕심을 내지 않았다."
- 청와대 의약품 문제는 언론계 용어로 따지면 일종의 '특종'이다."처음 자료를 분석한 뒤 충격을 받았다. 머리가 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에 7시간 동안 뭘 했느냐는 모두의 의문이었다. 피부과 시술이나 성형…. 뭐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은 있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정부에 많이 요구하고 파고들었다. 청와대로 어떤 약품이 들어갔고, 무슨 의료 행위가 이뤄졌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동안 정부는 자료를 잘 주지 않았다. (이번에) 자료를 받고 여러 상상을 했다. 청와대에서 벌어졌을 만한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미용주사 등이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걸 과연 청와대 직원들이 썼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피부, 미용 시술에) 집착하고 의존 상태였다는 게 느껴졌다. '최순실 단골 병원' 김영재 의원 쪽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그 날 골프 치러 갔다고 했는데, 프로포폴 하나가 처방된 게 드러났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직 모든 진실이 드러나진 않았으나, 작은 퍼즐을 하나 맞춘 기분이다. 우리 의원실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렇게 외모에 집착했을까. 미용 주사제 등에 집착한 걸 보면 인간적으로 측은한 느낌마저 든다. 평생 '공주 놀이'를 했던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의 실망감도 무척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온 후 13년 7개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표 발의한 법안이 15건밖에 없다. 거의 활동을 안 한 셈이다. 지금은 청와대 관저에 계시고, 국회의원 시절엔 집에만 있었던 것 같다. 다 신비주의였다.
정치인 박근혜는 2004년 천막당사 때부터 보수정당의 정점에 있었다. '박정희 환상'이 큰 역할을 했다. 보수정당이 그걸 이용해서 권력을 만들었다. 보수세력이 위기에 처하면 '선거의 여왕'으로 포장해 박근혜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했다."
- 일각에서는 이번 촛불정국을 '피 없는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역사를 보면 고비마다 시민이 큰 역할을 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 2004년 탄핵정국, 이번 촛불까지. 결국 역사는 제도 정치권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시민이 역사를 쓰고 만든다. 시민이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하다. 정치권이 시민의 뜻을 잘 받아서 정치에서 녹여야 한다. 과거 1987년에는 그걸 제대로 못 했다. 시민이 목숨 걸고 싸워서 만든 걸 정치권이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위태로운 적이 있었다. 다행히 시민들이 정치권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시민은 정치권이 흔들릴 때마다 길을 만들어줬다. 정치권은 시민의 뒤를 쫓아가기에 급급했다고 본다."
- 이번에 시민이 왜 이렇게 분노했다고 보나. "여러 누적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과거에 비해 경제 규모는 커졌는데, 국민들 상황은 나날이 어려워졌다. 빈부격차도 심하고 그 속에서 열패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런 문제의식이 꽉 차 있는 상태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국민은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대통령이 저러고 있었을까' 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 분노가 굉장히 컸다고 본다. 50대 이상 기성세대의 가슴 속엔 일종의 자부심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를 일으키고, 민주화를 이룩한 장본인들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그들 역시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본다."
- 시민 스스로 자신들이 선택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큰 틀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경제 대국은 됐는데,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 한다. 모든 사람이 고루 잘 사는 사회, 일상과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사회, 일한 만큼 보답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공정하지 않은 걸 고쳐야 한다. 경제 불평등과 사회적 불공정, 이걸 꼭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길게는)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
- 이번엔 시민이 한 발짝 앞섰지만, 늘 그럴 수는 없다. 정치권이 의제를 던지고 사회를 이끌어야하지 않나. "돌아보면, 성매매방지법, 호주제 폐지 등도 아주 오랫동안 싸워서 겨우 됐다. 정치적 사안이 아닌데도 그렇다. 새로운 법안이 국민 의식수준을 너무 앞서가면 사장되기도 한다. 정당이 사회에 의제를 던지고, 그것이 국민 사이에서 공론화되고, 새로운 제도와 인식이 안착되고…. 이런 게 정상일 거다.
새로운 입법과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핵문제, 환경문제 등 (합의가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정치권이 의제를 제시하고, 공론화 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정당이 국민과의 소통 공간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된 측면이 있다. 정당이 실질적인 민주적 정당으로 바뀌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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