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카셰어링 서비스 '나눔카'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서울시제공
대학생 최형묵씨(26.신촌)는 자가용이 없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운전을 즐긴다. 특히 주말이면 소나타나 K5같은 중형차를 몰고 여자친구와 교외로 놀러가기도 한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해 업무상 차량을 쓸 일이 많은 김현민씨(28.여.대치동)도 자가용은커녕 회사차도 없지만 불편하지 않다. 고장이 자주 나는 차를 몇 년 전에 처분한 박정희씨(44.여.마포구)는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살게 된 딸을 일주일에 두세 번 보러 가야 하지만 차를 살 계획이 전혀 없다.
이들이 자가용이 없어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바로 '나눔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나눔카는 서울시가 지난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카셰어링(Car Sharing.자동차공유) 서비스다. 서울시 등록 차량 300만대 가운데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승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 교통혼잡, 주차문제, 환경오염 등을 완화시켜보려는 것이다.
3년 4개월만에 회원수 100만 돌파... 1대당 가계지출 190만원 절약"우리나라 사람들은 'OOO는 빌려줘도 차는 안 빌려준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자기 차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잖아요. 그런 현실에서 차를 이웃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업이 과연 가능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서울시가 나눔카 사업을 처음 구상했던 것은 '공유경제 전도사' 박원순 시장 취임 직후인 2012년. 당시부터 줄곧 나눔카 사업을 담당해왔던 서울시 교통정책과 신성훈 주무관은 당시의 막막했던 심정을 위와 같이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도시들이 카셰어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었지만, 국내 사례를 찾아본 결과 성과가 그리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업체가 경기도의 한 지자체와 손을 잡고 공용주차장 한 면을 받아 착수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고, 서울의 한 마을공동체가 차량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지속적인 차량관리가 어려워 이미 사업을 접어버린 뒤였다.
거의 1년간의 사전준비 끝에 서울시가 선택한 시스템은 민간업체가 사업을 주관하고 서울시는 행정력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즉, 사업 자체는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된 국내의 4개 카셰어링 업체(그린카, 쏘카, 한카, 이지고)에 맡기고, 서울시는 공용주차장에서도 운영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주차요금도 50% 할인받을 수 있게 했다.
나눔카 회원카드를 티머니 교통카드로 통합해 별도로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용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제 유가가 변동할 때마다 주행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요금체계도 만들었다.
그 결과 2013년 2월 나눔카 개시 이후 3년 4개월만인 지난 6월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 서울시의 대표 공유사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4년 서울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일반 가정에서 승용차를 신규·추가 구매하는 대신 나눔카를 이용하면 연간 약 190만원의 가계지출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눔카 1대당 승용차 8.5대를 감소시키고 0.3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소나무 60그루 심는 효과)시키는 대기질 개선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왔다.
서울시의 나눔카 사업이 성공하자, 인천광역시가 이를 벤치마킹해 공격적으로 도입했고 국토부는 세종시를 카셰어링 시범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업에 돌입했다. 제주, 대구, 대전, 시흥, 수원, 부산해운대구 등도 서울시를 모델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