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그리조아
만화책 <중쇄미정>은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와 영업자와 관리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책을 지으려 하는가를 익살을 살짝 보태어 들려주려 합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너무 들뜨지 않게, 그렇지만 너무 가볍지 않게, 또 너무 어둡지 않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앞날을 알 길이 없지만, 3쇄나 4쇄는커녕 2쇄를 찍을 수 있는지조차 까마득하다고 할 수 있는 '중쇄미정'이지만, 책을 아끼고 싶은 숨결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큰 출판사는 '공장'이에요. 같은 물건(책)을 더 많이 찍어내어 더 많이 팔아서 회사(커다란 몸집)를 버티어야 하는 얼거리입니다. 작은 출판사는 '수공예'예요. 같은 물건(책)을 더 많거나 빠르게 찍어낼 수 없는 얼거리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좋아할 책을 다 다른 손길로 빚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는 살림입니다.
사회 한쪽에 커다란 공장이 있으면, 마을 한쪽에 작은 지음방(공방)이 있을 만합니다. 꼭 높다란 아파트만 올라서야 하지 않아요. 마당이 있고 텃밭을 두는 자그마한 골목집을 지을 수 있어요. 만화책 <중쇄미정>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마을마다 다 다르'고, '마을에 사는 사람도 다 다르'다고 하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비록 팔림새가 대단하지 않고, 언론에서 눈여겨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참 이쁜 책이로구나' 하고 사람들이 느낄 만한 이야기가 흐른다면, 이러한 책을 짓는 작은 출판사가 도시와 시골 곳곳에 상냥하게 깃들 수 있으면 우리 삶자리는 한결 너르고 넉넉하며 아름다울 만하지 싶습니다.
만화책 <중쇄미정>이 2쇄를 찍고 3쇄를 찍으면서 이 작은 이야기에 서린 사랑이 곱게 씨앗을 퍼뜨릴 수 있기를 빕니다.
중쇄 미정 - 말단 편집자의 하루하루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김연한 옮김,
그리조아(GRIJOA),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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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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