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제자 박현선 모녀(1992. 2.)
박도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 많은 이들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는다.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순수한 인연은 사제(師弟)간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인류의 문화와 역사는 이 사제 간의 전수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공자나 예수, 석가님도 제자들 없이는 인류의 길을 밝혀주신 그분들의 대덕이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못 했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곰곰 생각해 보니 내 지난 삶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은 대부분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 살았다는 점이다.
나는 학교에서 많은 스승님에게 세상의 이치를 배웠고, 그 배운 바를 학교에서 더 많은 제자들에게 정직하게 성심성의를 다해 가르쳐 왔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것도, 그리고 지난 11월 22일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허형식 장군>까지 모두 39권의 책을 펴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고 있는 제자들 덕분이었다.
오늘 설날 아침 내 삶의 보람이요, 정성인 그들 일부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새해 안부를 전한다.
지금은 로스앤젤레스 한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현선 제자는 그가 1980년도 고2-2반 때 담임한 학생이었다. 그는 아버지를 여의고 간호사였던 어머니 슬하에 자랐다. 그는 인하대 항공운항과로 진학해 졸업 후 곧장 대한항공 여승무원이 됐다.
1990년대 초반 어느 날 전화를 받고 보니까 그였다. 그는 그 무렵 제주에서 1남 1녀의 자녀를 둔 주부로 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끈질긴 초청으로 생후 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가서 당시 집필 중인 장편소설 <사람은 누군가를 그리며 산다>의 클라이맥스 장면 배경을 그때 그가 숙소로 정해 준 서귀포 일대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