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가입자 보험료 납입 영수증사빠르가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납입한 영수증
고기복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 재산,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반 년 넘게 뇌종양 치료를 받으며 한국에 와서 모아놨던 돈을 다 쓰고, 앞으로도 수입이 있을 까닭이 없다. 아무런 재산이 없는 사빠르에게는 억울할 수 있는 규정이다.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
실업급여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보험금도 없고양측 합의에 의한 것이지만, 병가 연장이 거부돼 퇴사한 만큼 내국인이라면 의무 가입인 고용보험에 의해 실업급여를 신청해 볼 수도 있다. 치료 중이라고 하지만, 거동이 가능하고 통원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구직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고용보험이 임의 가입 대상자다. 유감스럽게도 사빠르는 고용보험을 들지 않아 실업급여는 생각해 볼 수도 없다.
게다가 3년 가까이 일한 회사였지만 퇴사하면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13조 3항은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을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빠르는 악성 뇌종양 치료를 위해 퇴직했지만 출국하기 전에는 퇴직금을 받을 방법이 없다. 다만, 회사 측에서 납부한 출국만기보험과 실제 수령액에 차이가 있을 경우 사측에서 그 차액을 지급해 준다면 일정액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입국하자마자 강제로 가입했던 삼성화재 상해보험에서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한다.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시금으로 납입했던 보험이지만, '암 환자에게는 보험 보장이 안 된다'는 게 삼성화재 측의 답변이었다.
업무 외 질병 등에 의해 병원 치료 등의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할 때를 대비해서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는 명분은 허울에 불과했다. 삼성화재는 '사망이나 상당한 신체 절단 등의 상해 외에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직장 없고 아픈 사람은 한국에 살지 말라는 건가요"사빠르는 건강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칼만 안 들었지 도둑놈 따로 없다 싶었지만, 외국인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의료보험은 돈도 없는 사람에게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두 배 넘게 내라 하고, 상해보험은 아무런 보상도 안 해 주면서 돈만 받아가고, 출국만기보험은 한국에서 받을 수 없고... 직장 없고 아픈 사람은 한국에 살지 말라는 말이네요."이제 사빠르가 믿는 구석은 담당 의사의 말밖에 없다.
"한두 번 수술로 회복할 수도 있다. 경과가 좋으면 한 번의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사빠르에게 지난 4년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세월이었다. 코리안 드림이 절망으로 바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빠르는 소망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한 번'에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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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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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다 도둑 같아요"... 사빠르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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