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이재명을 위험한 동거인으로 꼽고, 두 사람을 ‘원수’ 등으로 묘사한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2/25)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3. 안보 무능자 문재인 뽑으면 '그게 국민의 실력이고 수준'요즘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그냥 '종북좌파'와 동급입니다. '사드반대, 한일 위안부합의 재검토,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검토' 등 문 전 대표가 밝혀온 입장들을 읊으며 안보를 포기했다고 몰아가죠. TV조선 <뉴스를 쏘다>(12/26) 진행자 엄성섭 씨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엄 씨는 출연진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에게 "지금 계속해서 NLL 포기 발언도 있었고요. 사드 배치와 관련한 논란도 있었고요. 송민순 회고록 논란도 있었고. 거듭거듭 벌써 대통령을 두 번 째 나오시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지금 안보관 문제에 있어 명확하게 뭔가를 깔끔하게 못 해 주고 계시거든요"라 질문합니다.
2012년 대선 당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필두로 한 여권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령이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고 색깔론으로 공세를 폈습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대화록엔 '포기'란 발언은 없었죠.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NLL포기란 말은 쓰지 않으셨다"고 입장을 바꿨고, 김 전 대표는 "과한 비판은 인정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사초 폐기 논란으로 기소된 청와대 인사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화록을 유출했던 정문헌 전 새누리당 의원은 1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엄씨는 "NLL 포기 발언도 있었고요"라며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 역시 마찬가집니다. 회고록의 일부 내용만 잘라 문 전 대표를 '북한과 내통한다, 북한에 결재 받는다, 북한 아바타'라 문 전 대표를 매도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사드만 배치하면 안보관이 투철한 건가요? 사드의 안보 효용성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실제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는 무기로서의 효용보단 한미 동맹을 다지는데 그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죠. 그럼에도 진행자 엄 씨는 균형은커녕, 오히려 문재인 종북몰이를 부추깁니다.
의도된 질문에 답변도 편향적입니다. 한 씨는 "그것은 과제죠.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국민이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또 우리 국민의 실력이고 수준이에요. 어떻게 말할 수 없죠"라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문 전 대표를 뽑는 국민은 그 수준이 형편없다는 소리입니다. 한 씨는 이후 문 전 대표의 개헌, 결선투표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도 '무조건 문재인은 안돼'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데요. "다음 정권은 내 껀데 왜 내 권한을 너희들이 말이야. 간섭하라고 하냐 이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처세한 사람은 국민이 거기다가 기대한대로 표 많이 안주겠죠"라는 겁니다. 한 씨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방송에선 다르죠. 정치사안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대선 후보를 평가하는 것은 더욱이 공정해야 합니다. 한 씨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자신의 편협된 시각을 '소신'처럼 이야기하며 시청자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문 전 대표를 비난하기 위해 꺼내든 한 씨의 안보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안보는요. 우리가 이렇게 결정한다고 확보되는 거 아닙니다. 이렇게 하자고 한다고. 우리 안보는 미국이 지탱해줘요.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항상 강대국에 말입니다. 친하게 해가지고 의탁해 왔잖아요. (중략) 우리가 지금 6.25 전쟁 이후 계속해서 미국 무기 가지고, 미국 체곈데. 그리고 미국이 여기 주둔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 싫어하고, 미국이 떠나버리면. 전부 다 가지고 무기 우리한테 안 주면, 안 팔아주면. 그러면 중국에서 사올 거예요?"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에서 미국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동맹 관계'죠. 미국이 내어놓는 한반도 정책은 '미국 국익'이 전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인사들이 줄곧 주장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은 곧 미국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드반대, 위안부 합의 재검토,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검토 등을 주장하는 미국입장에 반하는 사람들 특히 그 대표주자로 문재인 전 대표를 안보 무능론자, 종북좌파로 몰고 있습니다.
한미 동행 강화는 대한민국 안보 구축에의 수단일 뿐 궁극적 해법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입장 역시 한미 동맹이 체결되던 1953년과는 분명 다른 상황입니다. 오히려 이제 이 기형적인 안보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논의할 때죠. 한 씨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비난하는 자신의 안보관 역시 편향된 것이 아닐까 되돌아 봐야하지 않을까요?
4.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의 황당한 인식 '민주당=종북?'TV조선 <뉴스특급>(12/25)에 출연한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눈앞으로 다가온 비박계 탈당과 새로 출범할 '개혁보수신당(가칭)'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건전한 보수, 진짜 보수를 표방하며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비박계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데요. 문제는 반기문 입당 가능성에 대해 답변하는 이 의원의 설명 도중에 일어났습니다.
이 의원은 "저희는 반기문 총장도 당연히 이제 열려 있다고 저희가 늘 말씀을 드리고요. 저희는 종북은 안 되고 그다음에 부패 보수는 안 된다. 지금 최순실 사건과 연루되어 있고 여러 가지 혐의를 받고있는 이런 부패 보수들은 안 되지만 그 두 극단적인 세력을 제외하면 중간에 있는 모든 세력은 저희가 문을 열고 받겠다, 포용하겠다, 그런 얘기거든요. 그러니까요. 반기문 총장도 생각이 있으시면 같이 오는 건데. 지금 저희들이 보기에는 이미 친박 새누리당에는 안 가겠다고 선언을 하셨어요. 그러면 그렇다고 반기문 총장이 종북에 가실 것 같지는 않고 중간인 저희 쪽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김명우 진행자와 이 의원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는데요. 문제는 이 의원의 단어 선택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종북은 안 된다'며 비박의 개혁보수신당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질의 내내 '더불어민주당' 대신 종북이라는 단어를 언급합니다. 종북세력(민주당)과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된 새누리당 친박계가 양극단이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중간에 있는 모든 세력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반기문 총장이 종북에 가실 것 같지는 않고"라는 이 의원에 발언에서 이 의원의 종북이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누가 들어도 '종북'의 의미를 민주당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죠.
이 의원이 종북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정하면 될 일이죠. 그러나 진행자 김 씨와 이 의원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질의를 이어갑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민주당=종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장면이죠. 대담의 후반부에서는 진행자가 구체적으로 민주당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까지 합니다. 김 씨는 "민주당에 비문 세력들 있지 않습니까? 이분들하고 같이(합당) 하기는 어렵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라고 질문을 하는데요. 이 의원은 여기에서도 "아니, 친문이고 비문이고가(아니고) 종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저희는 기준이죠"라며 민주당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표현을 분명히 합니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한다며 창당을 예고한 비박계 신당이 사실상 원내 제1당이 된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협치를 이끌어갈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무신경한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6년 12월 24일~26일 채널A, TV조선, MBN, JTBC, 연합뉴스TV, YTN, 33개 프로그램(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뒤에는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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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명, 힐러리-샌더스보다 더한 '원수'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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