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권 씨가 펴낸 책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의 앞 표지.
이돈삼
"겹은 주름이잖아요. 겹꽃은 우아하고 원숙한 아름다움을 과시하죠. 홑꽃은 청초하고 매끄럽고요. 겹겹이 포개져서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이 홑꽃을 압도합니다. 얼굴에 주름이 많다고 감추거나, 늙어 보인다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꽃을 통해서 배운 그의 철학이다. 기쁨을 주고, 때로는 위안을 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열쇠도 꽃이라는 것이다. 하여, 꽃은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일깨우는, 인문학의 스승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정년 퇴직을 앞둔 정씨가 야생화를 한데 모은 책을 펴냈다.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가 그것이다. 신국판 504쪽 분량의 책은 우리 땅의 야생화 4596종 가운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50여 종을 사계절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일정한 틀에 박힌 도감 형식에서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꽃마다 애칭을 정하고, 이미지를 표현한 글과 함께 꽃말 풀이까지 버무려 알차게 엮었다.
광대나물은 노랫말에 나오는 어릿광대의 첫사랑과 연결시켜 소개했다. 얼레지는 꿀벌이 잘 찾아오도록 화끈하게 꽃잎을 열어준 모양새를 묘사하며 꽃말인 '바람난 여인'을 설명하고 있다. 수련은 낮잠 자는 요정으로 표현했다. 산수국은 카멜레온, 며느리밥풀꽃은 고부갈등, 쑥부쟁이는 건강과 다이어트와 연계시켰다.
"산야를 누비며 관찰하거나 재배한 경험과 느낌, 의미를 그때그때 SNS에 올렸는데요. 그것을 모아서 간추리고 정리했어요. 꽃과 맞닥뜨린 그 순간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려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활용했고요."소개 글 하나하나가 달리 보이는 연유다. 그가 발품을 팔아 얻은 느낌과 경험이기에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그에게 야생화는 '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