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복종 표지
생각정원
라 보에시는 많은 사람들이 단 한 사람의 독재자를 견디는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에 집중했다. 이 '독재자'가 권력자 혹은 재벌 회장 등으로 바뀌기만 했을뿐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똑같은 일들이 벌어져 왔다. 한국만 해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일본식민지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권력 아래서, 최근엔 거대한 자본권력 아래 머리를 조아리는 이들을 목도해왔다.
사람들이 억지로 복종을 강요당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노예처럼 스스로 굴종하는 모습을 보며 라 보에시는 이것을 '자발적 복종'이라 칭했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먼저 '자유'라는 소중한 재산을 경시하는 경향을 든다. 짐승들조차도 사로잡혀 있으면 자유를 향한 욕망을 온몸으로 표출하는데 어찌 사람들은 본질적 욕구인 자유마저도 포기하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자발적 복종의 일차적 근거가 습관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말이 길드는 과정과 같다. 말에 재갈을 채우면 처음에는 재갈을 물어뜯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져 재갈을 갖고 장난질한다. 말에 안장을 얹으면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항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장비와 장신구를 뽐낸다."(81쪽)
그렇다. 요즘 청문회에서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으며 드러난 사실조차도 부인하는 이들은 이와 같은 악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복종해왔던 백성이었기에 자신들 위에 군림해왔던 권력자의 잘못된 행위들까지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라 보에시의 이 격정적인 연설을 들려주고 싶다.
또한 사람들은 권력자들이 하사하는 선물 혹은 호의에 매우 취약한 점을 라 보에시는 지적한다. 우리가 라 보에시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폭군들이 백성들의 탐욕, 시기와 경쟁, 관심돌리기 등 유약한 지점을 간교하게 파고들어 복종이라는 굴레를 씌웠던 과거의 방법들이 현재 이 순간에도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자발적 복종의 습관, 자유를 누려본 경험이 없거나 자유에 가치를 두지 않는 태도, 권력자들의 간계에 더해 권력자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가장 핵심적인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독재자를 보호하는 것은 기마대도 보병대도 아니며 무기도 아니다. 언제나 대여섯 명이 독재자의 권력을 떠받들고, 이 대여섯 명의 신하가 온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왕에게 접근했거나 왕의 부름을 받고 왕의 잔악한 짓을 공모하기 위해 모인 자들이다. 이들은 왕의 쾌락을 위한 동반자고 왕의 애욕을 채우기 위한 뚜쟁이며 왕의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국민들의 살림을 약탈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범이다. 이들은 군주 본연의 악함을 넘어서 측근들 자신의 악함까지 모두 삼키게 하려고 군주를 제대로 길들인다." (109-110쪽)
자발적 복종에서 벗어나 자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