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현 리드미 대표인터뷰 진행중인 신정현 리드미 대표
신정현
"꽉 막힌 출근길. 사람으로 가득 실린 지하철은 버겁기만 하다. 모두가 서울로, 서울로 가는 지금 수도권 외곽에 사는 청년들의 삶은 고루하기만 하다. 집, 회사, 집, 회사 ... 반복에 지쳐가는 당신에게 과연 동네 무엇인가? 지역은 어떤 곳인가?"
경기도 고양시. 인구 100만이 넘는 대규모 지자체이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에게는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잠깐 잠자는 공간에 불과하기도 하다. 날이 갈수록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안타까움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번뜩이고 재치 넘치는 기획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고양시의 사람공동체 '리드미(Read Me)'다. 이제 마을에서 터를 잡고 활동한 지 2년을 조금 넘긴 리드미의 신정현 대표를 만났다.
"서울권을 제외한 수도권에 살고 있는 '청년'에게 마을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합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고 먹고 사느라 너무 바쁘기도 하고요. 더구나 청년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작 마을에는 만날 수 있는 청년을 찾기도 힘들고 청년을 만나더라도 함께 이야기를 누고 무언가를 해 볼 공유공간조차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모이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청년들이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였지만 처음 대면했던 그 날의 어색함은 잊을 수가 없었죠. 무언가 근사하고 대단한 일들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도 있었지만 그 무엇을 하기 전에 우선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하였습니다. 일이 목적이 되기보다 사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사람이 목적인 리드미의 시작은 사람도서관이었던 셈이죠."신정현씨를 만나러 간 날은 마침 청년지역공동체 리드미 송년회 날이었다. 청년공동체의 밤 이라고 명명된 송년회는 특별했다. 각자의 꿈을 발표하고 그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테이블토크가 진행되었다. 리드미 공간에 필요한 물품을 기부 받는 행사도 있었다. A4용지부터 간판, 제습기까지. 지역 주민들은 청년들의 활동을 위해 선뜻 참여해주었다. 공간을 자세히 보니 다 기부 받은 물건들이었다.
"지금 이 공간도 모두 기부 받았습니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요. 무언가 조화될 수 없는 가구들과 물품들이 모여 있음에도 신기할 만큼 잘 어울리죠? 어쩌면 리드미가 너무나 다른 개성과 철학을 가진 청년들로 구성됐지만 기가 막히게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런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하셨던 마을 어른이 이 공간을 무상으로 내어주셨어요. 그럼에도 인테리어를 위한 비용은 우리가 부담해야 했죠. 이 때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따복공간조성사업'에 지원했었는데 당시 경쟁률이 7:1이나 됐습니다. 당시 공간조성 사업 면접에서 '우리는 이 공간사업을 지원받지 못하면 모아둔 결혼자금을 다 털어서라도 공간을 만들어 낼 겁니다! 우리가 결혼을 포기하지 않고 마을활동을 해 나가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던 게 잘 되서 이 공간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여기에 투여되는 대부분의 노동도 청년들이 직접 한 겁니다. 그야말로 시민들의 후원과 행정의 지원, 청년들의 땀으로 만들어 낸 마을공간이 탄생한 것이죠." 신정현 대표의 말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그렇게 처음에 청년 8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 '리드미'는 어느덧 중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28권의 사람책이 모여지고 마을 곳곳에서 27회의 사람도서관을 개최하였다. 더 풍성한 소통과 관계, 그리고 재미를 위해서 마을라디오, 청년농부학교, 청년인문학모임, 청년기본조례운듕, 청년공동체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즉 이제는 25명의 꿈이 리드미에서 이야기되고 사업으로 구현되고 지역사회와 어우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리드미라는 공동체는 25명의 멤버들이 활동하는 청년단체로 성장하였다.
마을에서는 '모두가 선생이고 모두가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