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겪은 사회적기업들, 협동화사업으로 활로 모색

[마을과 사회적 경제⑩] 안산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들의 네트워크

등록 2016.12.26 16:43수정 2016.12.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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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 비영리 법인 등 3개 이상의 조직이 모인 협동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동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동화사업'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며,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그 걸음을 쫓아가 보았다. [편집자말]
 사회적기업인 안산팝스오케스트라
사회적기업인 안산팝스오케스트라안산팝스오케스트라

 안산의 문화예술, 교육 단체들이 모여 2016년부터 시작된 협동화사업. 타악퍼포먼스그룹 '난타인안산'이 박람회에서 공연하는 모습
안산의 문화예술, 교육 단체들이 모여 2016년부터 시작된 협동화사업. 타악퍼포먼스그룹 '난타인안산'이 박람회에서 공연하는 모습안산 사회적경제 협동화사업 추진위

'안산팝스오케스트라'는 안산의 민간 오케스트라 연주단체다. '명화극장'은 실버세대들을 위해 고전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극장이고, '난타인안산'은 타악 퍼포먼스 공연과 강습을, '자바르떼'는 각종 공연과 교육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올해 초 이들 단체들은 한데 뭉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름하여 '안산형 문화예술교육분야 경쟁력 강화 네트워크'. 이 네트워크는 안산지역 기반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동화사업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사업 방향이 비슷한 단체나 기업들이 역량을 하나로 응집시켜 공동사업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다면 안산의 문화 예술단체들은 왜 하나로 뭉쳐 공동사업을 구상하게 됐을까? 그 이유를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안산팝스오케스트라 박진범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안산시에는 모두 24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고 연매출이 모두 40억에 달합니다. 여기에 9개가 문화예술 교육분야 기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연매출은 전체 매출의 15%에 불과해요. 원인이 뭘까를 고민해 봤는데, 마케팅 분야가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마침 지역이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면서 1년에 20억을 지원받게 됐고, 교육 사업에 지원하게 된 것이지요."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은 공연이나 강습이 주요 수익원이다. 하지만 수년 동안 안산의 현실은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려웠다. 대표적으로 지역에 커다란 아픔을 준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한동안 각종 공연이 중단되다시피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도 사람 모이는 행사를 꺼리게 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 교육 관련 단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문화예술단체들은 결국 서로 힘을 합치는 협동화사업을 통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박진범 대표는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다른 사회적 기업들과 단체들이 연대해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서 "올해 초에 발족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신감과 신뢰를 만들어낸 창작극


 안산 문화예술, 교육 분야 사회적기업들이 공동 창작한 연극 <머리에서 발끝까지>
안산 문화예술, 교육 분야 사회적기업들이 공동 창작한 연극 <머리에서 발끝까지> 안산 사회적 경제 협동화 사업

지난 11월 23일 첫 시연한 창작극 <머리에서 발끝까지>가 협동화사업의 1차 결과물이다. 창작극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사회적 경제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일반인 누구나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며 각각의 기업들이 어떠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기 쉽게 연극 형태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시연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호평을 했는데, 교육담당공무원들이나 교육기관 담당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분위기가 고무됐다. 안산시 중,고등학생들이 연극 관람을 통해 '사회적 경제'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협동화사업을 통한 수확이었다.


특히 이 작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연극의 완성을 통해 협동화사업에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9개의 기업이 모여서 하나의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견 대립과 갈등은 기본이자 필수였다.

사업방향을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 콘텐츠개발(사회적 경제 교육 프로그램)', '학교 시장 진입 기반 구출을 위한 각 기관의 프로그램 홍보', '교육기관의 요구 파악을 위한 만남의 장인 박람회' 등으로 잡았다. 하지만 초반에 9개 기업 대표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은 물론, 같은 방향을 공유하는 것부터 난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 대표들의 참여도 저하를 해결하는 일이 과제가 됐다.

이런 문제는 결국 전체 워크숍 진행을 통한 끝장토론으로 해결했다. 공동교육콘텐츠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설정되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창작극 후반작업이 진행될 때에는 기업 대표들이 서로 다른 기업의 장점을 부각시켜주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주기도 했다. 따라서 창작극의 완성은 단순히 연극 한 편이 완성된 것이 아닌 서로간의 신뢰가 쌓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박 대표는 "자신감과 신뢰를 쌓기까지 수많은 회의와 토론을 통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기에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었다"며 "그 과정을 극복하는 것이 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고 토로했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참여한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공동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새해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커졌다.

협업이 이뤄낸 교육 콘텐츠

 안산 문화예술교육분야 협동화사업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박진범 안산팝스오케스트라 대표
안산 문화예술교육분야 협동화사업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박진범 안산팝스오케스트라 대표안산 사회적 경제 협동화 사업

공공 교육시장 진입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지역의 교육담당자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 간담회를 통해 문화예술, 교육 관련 사회적기업의 역량과 사업을 소개했고, 콘텐츠 박람회도 열었다. 연극 형태의 공연도 참신하고 지루하지 않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그후 안산시 혁신 교육지원센터로부터는 '2017년 꿈의 학교 사업'에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사회적 경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더욱 넓히고 더 많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참여하는 통합적인 사회적 경제 교육 콘텐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아갈 예정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새해부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회적 경제 교육 콘텐츠를 보완하고 여기에 맞는 교재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듣고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들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쉽게 구성해서, 사회적 경제 분야의 독보적인 교육 콘텐츠를 보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협동화사업이 지역의 문화예술, 교육 분야에 활로를 열어주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박진범 대표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문화예술 공연에 대한 관심이 작아졌다"며, "안산 팝스오케스트라의 경우 새해 1~3월에는 예정된 공연이 없어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협동화사업 #안산 #사회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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