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단 목회자들이 주도하는 비상구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기도회가 박 대통령 지지 집회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유석
보수 기독교와 박근혜의 밀월관계, 끝내야박 대통령 역시 보수 기독교계에 손을 벌리는 모양새다. 앞서 지적했듯 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조언을 구했다. 김 원로 목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설교로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두 목사를 불러 조언을 구한 것이 과연 적절했었나 하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인천 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를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최 목사 역시 세월호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 최 목사는 2014년 7월 <국민일보>에 광고를 냈다. 아래는 최 목사가 낸 광고 중 일부다.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자.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기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고 팽목항에서도 나오고 단식 농성장에서도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와 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 달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안전의 책임자가 돼달라."요약하면, 진상규명은 관련 기관에 맡기고 세월호 유가족은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최 목사가 광고를 낸 시기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정부 책임론이 비등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최 목사가 정부를 편들고자 광고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기용했다. 그것도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 위기에 몰린 시점에 말이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보수 기독교계를 발판 삼아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 모양이다.
이 시점에서 기독교의 기본 가치는 생명, 평화, 정의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세속 권력의 패권주의와 종교의 타락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다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에 바란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 할 일은 세속 권력자들이 국민을 힘들게 할 때, 이를 준엄하게 꾸짖고 국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야 하는 일이다. 다른 종교는 모르겠으나 보수 기독교는 이런 고유의 임무를 도외시하고 반공 보수 정권과 한 몸이 돼 움직여 왔다. 그런 보수 기독교계가 박근혜 정권의 구원투수를 자처한다면 이는 기독교 정신을 또다시 거스르는 심각한 행위다.
기독교인으로서 입법부에 의해 탄핵당한 대통령이 보수 기독교에 구조를 요청하고, 그걸 보수 기독교가 받아주는 모양새가 무척 수치스럽다. 기독교는 물론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모든 종단 성직자와 성도들이 모두 나서서 박 대통령을 준엄하게 꾸짖기를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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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지지집회'에 등장한 권사·집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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