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정부 시절 금지된 음반들
조종안
특히 전인권을 비롯해 DJ DOC, 이은미, 권진원, 이승환, 한영애 등 20여 명의 인기가수가 번갈아 출연,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 시민들의 마음을 결속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마야는 <뱃놀이>를 부른 뒤 '2014년 4월 16일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고,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개사하여 분위기를 북돋웠다. 양희은은 1970년대 대표적 저항가요인 <아침이슬>로 촛불 시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박사모, 어버이연합 등 '친박 단체'는 유신 시절 내내 금지됐던 <아름다운 강산>(신중현 작사·작곡)을 부르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고 한다. 그 모습을 TV를 통해 본 기타리스트 신대철(신중현 아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래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요지는 원작자 정신을 훼손하기 때문에 '친박 세력'이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 이에 대중가요 의미를 내세우며 신씨 주장을 반박하는 여론도 있다. 이 모두가 박정희 군사독재가 남긴 생채기가 아닐 수 없다.
유신 시절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퇴폐적이고 저속하다는 이유로, 체제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딱지가 붙었던 주옥같은 노래들. 박정희 정권은 1975년 5월 반대 및 비방을 일절 금지하는 긴급조치 9호를 발표하면서 예술 심의를 강화했고, 가요 222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그 노래들은 40년이 흐른 지금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광장에서 불리고 있다. 억압과 통제로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음이다.
금지곡 원조는 일제강점기. 동요, 찬송가 등도 통제당해노래는 널리 불리기 위해 만들어지고 또 존재한다. <아름다운 강산> 역시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이고, 원작자인 신중현이 민족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누가 부른들 어떠랴.
다만 아무리 명곡이라 해도 시기와 분위기에 따라 의미도 느낌도 달라질 수 있다. 노래도 때와 장소가 있다는 얘기다. 선곡도 필요하다. 문상객이 상가에서 <노래가락 차차차>를 부르면 안 되듯.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있고 네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 희망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마음"<아름다운 강산> 1절 가사이다. 회심의 역작으로 시대적 아픔과 시련이 서린 노래이다. 신중현은 1970년대 초 청와대로부터 박정희 대통령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받지만 거절한다.
그 후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는 협박까지 받았으나 재차 거절하고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로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노래 또한 금지곡이 되고 만다.
금지곡 원조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제는 민족의식을 고취하거나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노래는 금지곡 딱지를 붙였다. 심지어 동요와 찬송가까지 통제했다.
민족 수난의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목포의 눈물>. 이 노래는 오케이 레코드사가 가사를 모집, 응모작 3000여 편 중 목포 출신 문일석 시(詩)에 작곡가 손목인이 곡을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문일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전사 300년을 맞아 1절에 목포의 낭만과 꿈을, 2절에 민족의 원한을, 3절에 이충무공 추모의 정을 담았다고 한다. 음반수집가 소성필(57) 씨 이야기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