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이상목 지회장(오른쪽)
하이디스지회
2015년 12월 24일, 이상목 지회장의 부동산과 통장에 대한 가압류 신청이 접수됐다. 3억6천8백여만 원에 달한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2016년 새해에도 계속됐다. 2016년 1월 4일, 또다시 4억 원의 부동산과 통장 가압류 신청이 접수됐다. 손해배상청구한 지 한 달 만에 가압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회장 외에도 7명이 통장과 부동산을 가압류당했는데, 가압류 최고 청구액이 11억8천8백여만 원이다.
"숫자만 놓고 보니 부자같죠?(웃음) 다른 조합원들은 예상치 못한 경우도 있지만 저는 손해배상이 청구됐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요.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 힘들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2016년을 살아가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려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사측의 손배가압류 횡포, 특히 청구금액이 얼마든, 청구취지나 금액 산정이 타당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청구하는 족족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주는 사법부 때문이다. 더욱이 '공탁금만 걸면 무조건 걸 수 있다'는 가압류의 위력 앞에 가진 것 없는 노동자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저는 가진 것도 많지 않았어요. 게다가 25억 원(손배청구액)은 만져본 적도 없고, 평생 벌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 뜬구름 같았죠." 부인 명의의 전세금까지 가압류그러나 이상목 지회장에게도 작년의 가압류는 큰 충격이었다. 부인 명의의 전셋집 보증금이 가압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잘못했다고 지목된 대상은 전데 부인 앞으로 된 전세금을 두고 가압류 대상이라고 돌려주지 말라고 집주인에 이야기했다는 거예요. 기가 막혔죠. 게다가 전세 보증금까지 가압류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다행히도 집주인이 재계약을 맺어주어 온 식구가 거리로 나앉는 불상사는 면했습니다."이상목 지회장은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아들 셋을 둔 아버지다. 이상목 지회장은 "아빠가 해고자라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내심 연말 연초에 불안한 상황을 보여준 데 대해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더 앞선다.
"큰 애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내년에 고3이 돼요. 둘째도 중학교 2학년이고, 한창 부모 지원이 많이 필요하고 교육비나 비용이 많이 드는 시기인데... 많이 미안하죠,"그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건은 총 세 건이다. 업무방해 약 21억 원, 명예훼손 4억 원, 모욕 1억 원. 놀라운 점은 청구사유가 노동자 손배소의 단골 청구사유로 등장하는 점거, 재물손괴 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대체 하이디스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이상목 지회장과 조합원들에게 수십억 돈 폭탄을 안긴 것일까? 이상목 지회장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공장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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