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은 오히려 최근 들어 청와대 참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궁금한 사항을 캐묻기도하고, 그렇게 싫어하던 '대면보고'까지 받으며 '현안'을 적극 '챙기고' 있다 한다. 직무정지가 되고 나서야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탄핵을 2-3년 당겨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다.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린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본인이 스스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가 사과 당시에 했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발언 말이다.
대통령을 세우는 주체는 대통령 자신이 아니라 국민이다. 대통령은 '하는' 자리가 아니라 '뽑히는' 자리라는 말이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택될 수도 있고, 쫓겨날 수도 있는 자리다.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면 '스스로 권력을 갖는 자' 즉, '독재자'가 된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표현은 스스로 '하는' 자리라는 판단을 드러낸다. 대통령직이 국민의 의지에 따라 채워지고 비워지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자리라는 것이다. 이런 착각이 '버티는 힘'의 든든한 밑천이 된다.
그는 국민의 마음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자신이 버틸수록 국민의 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관 없다. '내 자리'를 내가 유지하겠다는데, '남들'이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대통령이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라고 믿지는 않지만, 이제 자신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설사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한다 해도, 그가 되찾을 것이라고는 껍질만 남은 대통령직 뿐이다. 사라진 국민들의 신뢰가 헌재 판결로 되살아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헌재 판결이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냐 '화려한 복귀'냐를 결정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탄핵심판은 대통령의 '파면'이냐 '빈 껍질뿐인 복귀'냐를 결정하게 되며, 결과는 당연히 '파면'이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인해 민심을 잃은 게 아니라, 민심을 잃은 결과로 탄핵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왜 민심을 잃었는가? 국민을 배신한 채 무능, 실정, 부패를 되풀이했기 때문이고, 이는 법률적 판단으로 '기각'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존심도 포기한 강박적 권력 집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