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의원 29명 집단탈당...'개혁보수신당' 창당 선언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정한 보수가치를 실현하겠다"며 집단탈당 및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창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병국·주호영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보수신당이 오늘 새로운 길을 향해 출발한다"고 밝혔다.
남소연
탄핵열차에서 분당열차로 발 빠르게 갈아타면서 비박계는 옛 새누리당 보수세력의 결집까지 넘보고 있다. 12월 22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아직 결성되지도 않은 비박계 '보수신당'(18.7%)은 친박계 새누리당(13.2%)보다 5%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무당파층이 18%에 이르는 데다, 친박 새누리당에서 지지층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보여, '보수신당'은 지지세를 더 넓혀 나갈 가능성이 높다. 거의 모든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이 모여들어 있는 데다, 신당이 내건 기치를 볼 때 '안보만 보수'를 표방한 걸 제외하면, 경제, 교육, 복지는 야당과 차별화하기도 어렵다.
보수신당을 이끄는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신당이 "개혁에 방점"을 둘 것이라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야당과 합리적 협력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보수신당이 사드배치에 '찬성'하고 개성공단 재가동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임을 고려할 때 보수적 안보색채는 뚜렷하다. 대북관계를 개선하거나 한중관계를 배려하기보다 한미동맹 강화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다는 점에서, 야권과의 협력관계는 '국내정치' 문제로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말하자면 신당이 '보수결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보수신당의 행선지를 눈여겨보게 하는 또 하나의 '키맨'은 김무성 전 대표다.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보수정권재창출의 '킹메이커'를 자임한 김 전 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두며, 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기문을 포함한 대선후보를 끌어들여 대선경선을 흥행시키는 것이 김무성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의 정권교체에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 김무성이다. '개혁보수신당'이 새누리당 지지세를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하고 반기문 영입에 성공해 대선 경선에 흥행한다면, 정권교체는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다.
반 총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유승민 의원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신당의 문은 열려 있지만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반 총장과의 일전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이렇다 할 대선주자 한 명 못 내고 있었던 새누리당에서 비박계가 신당 창당을 결행하고 반 총장의 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의 '대선경선 흥행' 여부가 대선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개헌이나 정계개편, 후보단일화나 연대 없이, 현행 헌법하에서 이 상태로 대선을 치를 경우, 다자구도의 치열한 3파전 혹은 4파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을 한 후 치른 4자 대결(13대 대선)에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36.6%를 얻어, 통일민주당의 김영삼(28%), 평민당의 김대중(27.1%), 공화당의 김종필(8.1%)을 누르고 당선됐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막장 공천' 끝에 야권이 '압승'한 올해 4.13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정당득표 33.5%를 얻어 더불어민주당(25.5%), 국민의당(26.7%), 정의당(7%)을 눌렀고, 선거 전 탈당했던 이들이 돌아오면서 결과적으로 1당을 차지했다. 4자구도에서 보수층의 지지기반은 아무리 못해도 33~37%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정당구도를 87년 대선 당시와 비교할 때, 개혁보수신당(민정당), 더불어민주당(통일민주당), 국민의당(평민당), 친박새누리당(공화당)의 4자구도에서 펼쳐질 대선은 어떨까?
망해가는 새누리당에 '조문'간다고 하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인명진 내정자가 얼마나 '친박당'을 탈색시키고 비박계의 신당열차행 '탑승'을 저지할 수 있겠느냐가 변수로 남긴 했다. 하지만 신당이 개혁보수 '세일즈'에 성공하고, 반기문의 영입으로 세력을 넓힐 경우,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는, 87년 대선패배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문재인 전대표가 말하듯이 "정권교체가 확실하다"고 장담하는 건 섣부르거나 위험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제3 키워드 : '반기문', 보수신당? 국민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