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이 '동시통역실'(휴게실)에서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수
우선, 천장이 꽤나 높은 곳에 위치했다. 어디서나 서 있는 자체가 가능했다. 노동자들이 쉬는 곳의 높이는 내가 팔을 쭉 뻗었는데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창고 쉼터는 계단의 경사로 탓에 천장이 130cm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이 천장에 자주 머리를 찧어온 원인이었다. 높은 천장 덕에 이제는 허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 형광등도 마찬가지였다. 창고 구조상 형광등이 사람 앉은키 높이에 붙어 있는 만큼, 눈이 자주 시려왔다. 너무 빛났기 때문이다. 현재는 형광등의 눈부심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형광등 옆에는 시스템 냉난방기도 설치된 상태였다. 올 겨울은 따뜻한 휴식이 가능해졌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견디기에도 충분해졌다.
외부의 소음에도 시달릴 이유가 없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 건물의 휴게실은 계단 자체가 천장이 아니었다. 천장 위로 어떤 소리도 안 들려왔다. 예전이면 벌써 구두와 신발의 거친 발자국 소리로 휴게실 안이 진동했을 것이다. 그게 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들의 대화 소리뿐이었다.
"우리는 언제쯤 인간다운 휴식이 가능할까요?""나는 경희의료원에 갔을 때 신주만 봤어. 신주가 빛이 났거든. 그런데 내가 과연 저렇게 (신주를) 닦을 수 있을까 속으로 생각한 거야. 잠도 안 오는 거야. 어떻게 하면 잘 닦을 수 있을까 고민하느냐고... 그때는 청소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었어.""진짜 자기 직업은 못 속여. 그것도 직업병이야, 직업병."마주앉은 노동자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ㄱ자 구조의 창고 쉼터 안에서는 전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창고 쉼터에 들어가면 구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은 잘 안 보였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었다. 노동자의 음성으로 누구인지 구별해야 했다. 하지만 새 건물의 휴게실은 ㅁ자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6명이 함께 쉬기에는 여전히 좁다. 휴게실의 면적은 대략 6.4㎡(1.94평)에 불과하다. 창고 쉼터와 비슷한 면적이다. 잠시 누웠을 때 뒤척이지도 못할 정도로 제한적이다. 테트리스 게임의 일자형 퍼즐처럼 쉬는 꼴이다. 여전히 누워서 쉬는 일은 쉽지 않다. 불편하기 그지없다.
"여기가 많이 좁아요. 휴게실을 좀 넒은 데로 옮겨줬으면 좋겠어요."이틀 전부터 신축 건물에서 일을 시작한 황보경 조합원(민주노총 서경지부 광운대분회)의 이야기다. 보경 조합원 옆에 앉은 효선 조합원도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